홍콩은 자주 가봤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마카오는 의외로 가본 사람이 적다. 그런데 두 군데를 모두 가본 행운아가 되었다. 가서는 반해버렸다. 정말로 오기 싫었던 귀국행 비행기. 지금도 진득한 아쉬움이 마카오와 홍콩으로 이어진다.
그 멋지다는 홍콩의 야경을 보지도 않고 마카오행 헬리콥터에 올랐다. 그나마 마지막 일정에 홍콩이 있었기에 마카오부터 시식하자는 생각으로 아쉬움은 없었다. 물 건너 여러 번 가봤음에도 홍콩과 마카오를 돌아보는 것은 처음이다. 딱 한 번 홍콩을 경유한 적은 있었지만, 잠시 홍콩의 국제공항에 발을 디뎌본 것뿐이다. 그야말로 ‘생’초자 홍콩과 마카오 여행객인 셈이다.
보통은 홍콩에서 마카오를 건너갈 때 헬리콥터가 아닌 여객선인 페리호를 타고 간다.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가이드들은 헬리콥터로 오느냐, 페리호를 타고 오느냐에 따라 은근히 손님의 등급이 나뉜다고 한다. 아마도 페리호에 비해 헬리콥터의 가격이 9~10배 가량 비싸기 때문이다. 가격이 비싼 만큼 마카오에 도착하는 속도도 빠르다. 페리호를 타면 1시간 정도 걸리지만, 헬리콥터로는 15분 정도면 도착한다. 페리호보다 좋은 점 또 하나, 상공에서 홍콩과 마카오를 내려다볼 수 있다. 헬리콥터는 15인승, 기장과 부기장이 각각 1명씩 맨 앞에 타고, 그 뒤편으로 두 줄로 손님들이 타는데 짐의 무게 때문에 13명이 다 타는 경우는 거의 없다. 10명 내지 11명이 타면 만원이다. 헬리콥터의 경우에는 앞좌석에 앉는 것이 좋다. 시야가 넓어 풍경도 시원스레 볼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훌륭한 사진을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지만, 초자가 기념으로 남기기에는 충분히 좋은 사진이 나온다.
카지노의 도시 마카오는 공사 중
우리나라가 고온 이상으로 시달리듯이 5월 말의 마카오 역시 기상이변으로 평균 기온보다 3~4℃ 정도 높은 34℃의 날씨였다. 습도 95%. 한여름 못지않다. 마카오에서 몇 년을 살았다는 이들도 이런 더위는 흔하지 않단다. 8월의 한여름에나 볼 수 있는 날씨란다.
그래도 이 폭염을 뚫고 마카오 관광을 서둘렀다. 살갗이 아플 정도로 내리쬐는 햇빛 탓에 차를 타고 이동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마카오의 끝과 끝은 차로 30분 정도. 너무 좁다 보니 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는 한계가 있다. 걸어서 구경하는 게 더 편하다.
마카오는 역시 카지노다. 숙소인 록스 호텔 옆에는 마카오에서 가장 크다는 카지노 샌즈(Sands)가 있다. 그 규모가 대형 백화점 서너 개는 족히 합쳐 놓은 듯하다. 마카오 전역에는 총 24개의 카지노가 세워져 있다. 대부분 마카오의 중심인 세나토 광장에 밀집해 있다. 낮에 보는 모습은 그저 그런 복잡한 도시였다. 하지만 어둠이 진하게 내려앉자, 이를 환영이라도 하듯 건물은 저마다 현란한 불빛을 밝혔다. 낮과는 사뭇 다른, ‘우와, 멋진 걸’이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 중 절반은 마카오 토종 카지노고, 절반은 미국 자본이다. 모두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에서 들어온 카지노들이다. 라스베이거스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겉모양새부터 닮은꼴을 찾아낼 수 있다. 대부분 라스베이거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카지노들은 리조트와 구조를 똑같이 베껴 왔다. 하다못해 윈은 건물의 모양뿐만 아니라, 저녁마다 화려한 분수 쇼를 하는 것도 비슷하단다. 윈의 분수 쇼는 마카오 관광의 중요한 핵심이다. 특히 무더위가 겹겹이 둘러싼 날에는 더더욱 빼놓을 수 없는 여행 코스다. 화려한 조명과 도대체 규모를 짐작하기 어려운 거대한 규모의 원형 분수대, 그 위로 시원하게 뿜어져 나와 이리저리 음악에 춤을 추는 하얀 물줄기. 보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시원하고 즐겁다. 분수 쇼는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진 후 15분마다 펼쳐진다. 모습이 꽤나 유명한지, 사진 동아리 사람들이 꽤 많이 포진하고 있었다.
현재 마카오는 카지노 전쟁이다. 사실 마카오의 첫인상은 ‘공사 중’이다. 2000년도 카지노 시장이 개방되면서 한동안 침체기를 걷던 카지노가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새로운 카지노 건설은 지금도 여전하다. 마카오의 토종 카지노인 리스보아는 더욱 크고, 더욱 좋은 시설을 갖춘 뉴 리스보아를 건설 중이다. 이게 완성되면 아마도 마카오에서 가장 큰 카지노가 될 듯했다. 그런데 이것을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한 이들이 있으니 미국 자본의 윈과 베네치안이다. 올 하반기 오픈을 선언하며 새로운 카지노 마무리에 여념이 없다. 특히 타이판 섬에 세워지는 베네치안은 747 객실 수만도 3000여 개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다. 과연 마카오의 카지노가 어디까지 확대될 지 자못 궁금해진다.
카지노의 실내가 궁금해졌다. 마카오의 카지노는 어느 곳이든 슬리퍼만 끌지 않으면 들어갈 수 있다. 들어갈 때 공항 세관 검사대 못지않게 검사가 철저하다.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들다 보니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또 카메라 등 카지노 내부를 촬영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도 있다.
거리마다 문화유산이 가득
다음날, 아침햇살이 심상치 않다. 전날 하늘을 가득 메웠던 먹구름은 사라지고 햇살이 짜랑짜랑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만만찮은 햇살을 머리에 지고 거리 투어를 나섰다. 우선 찾아간 곳은 지난밤 슬쩍 찾아가 봤던 세나도 광장. 마카오의 중심에 위치한 이 광장은 유럽 여행을 나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넓이는 겨우 1100여 평이다. 하지만 노란색과 푸른색으로 칠해진 중세 유럽풍의 건물이 가득하다. 그냥 모양을 내기 위해 지금 막 지은 건물이 아니다. 짧으면 100여 년 길면 300여 년이 넘는 건물들이 거리를 메운다. 광장 전체가 문화유산인 셈이다.
세나도 광장뿐만 아니다. 마카오 전역이 오래된 역사박물관이나 마찬가지다. 마카오는 보통 건물이 180년이 넘으면 자동으로 문화유산관리국에 등록이 된단다. 그렇게 되면 철저한 정부의 관리를 받게 되는데, 정부의 허락 없이는 건물 외관을 함부로 손댈 수 없다. 단, 건물 내부는 수리가 가능한데, 이도 정부의 허락이 필요하다. 하지만 까다로운 외벽 검사와는 달리 쉽게 나는 편이라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한옥보존지구 같다. 그래서 마카오에는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 건물이 참 많다.
세나도 광장을 따라서 사방으로 골목이 형성되어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길은 세계문화유산 중의 하나인 세인트 폴 대성당으로 이어진다. 세인트 폴 성당은 현재 건물 정면만 남겨진 채 170여 년을 버텨왔다. 지지대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고, ‘역시 손으로 지은 옛날 건물이 튼튼해’라는 발칙한 생각도 든다. 어쨌든 여전히 웅장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성당 건물 전면의 조각들은 수많은 교도들과 조각가들이 7년 동안 매달려 완성시켰다. 현재 이 성당은 마카오의 상징이다. 관광엽서의 단골손님이자, 마카오 홍보자료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다. 이 건물은 1602년에 건립되어 선교사 양성에 사용되었다. 이후 수많은 선교사를 배출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이는 마테오 리치다. 현재의 모습처럼 된 것은 1835년 화재로 인해서인데, 화재의 원인은 아직도 의문에 싸여 있다고 한다.
마카오는 포르투갈 점령지였던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곳곳에 성당이 있다. 페리 선착장에서 30여 분 정도 떨어진 네덜란드 거리에도 아담한 성당이 있다. 콜로완 자비에르 성당이다. 이 역시 2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곳으로, 노란 외벽에 푸른 문이 인상적이다. 성당 안은 오붓하고 아기자기하다. 돔 형식으로 지어진 제단은 푸른 하늘을 옮겨다 놓았다. 예배실 뒤편으로는 성서의 내용을 재현해 놓은 도자기 인형들이 가득하다.
이 성당은 주말이면 지금도 주민들이 모인다. 작은 박물관처럼 보이는 곳임에도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마카오에는 이런 곳이 여럿이다. 성당 옆으로 좁은 골목이 꼬불꼬불 나 있다. 우리나라의 1960~70년대를 연상시키는 작은 과일 가게와 수퍼마켓이 있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 나와 있는 이들은 대부분 머리가 희끗한 노인들이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마카오 중심지나 홍콩으로 나가 있다고 한다.
길 끝에 반가운 곳을 만났다. 드라마 <풀하우스>에서 주인공 이영재가 마카오의 유명한 먹을거리인 달걀 타르트를 사는데, 그 장면을 촬영한 ‘로드 스토우스 베이커리’다. 이곳의 달걀 타르트는 마카오에서도 유명하다. 지나치게 달지도 않고, 적당히 달콤하며 고소하다. 한 봉지 사들고 길을 나서니 점심을 따로 챙겨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마카오 사람들의 쉼터
중국 사람들은 공원에서 태극권을 하거나 전통 가극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마카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세나도 광장에서 20여 분 떨어진 까몽이스 공원은 그런 마카오 사람들의 가장 편안한 쉼터다. 무더운 여름날에 사람이 더 많아진다고 하는데, 진짜 그렇다. 곳곳에 놓여 있는 정자 안에서 더위를 피하며 장기를 두거나 아쟁을 연주한다. 그들의 취미생활이지만 사뭇 진진하다. 소소하지만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얻어가는 그들의 낙천적인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언제나 짙푸른 녹음으로 둘러싸여 있고,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가득하다. 공원 한가운데 있는 건물은 영국 동인도 회사의 회장 저택이었다. 지금은 건물 안은 차 박물관이 되었으며, 발코니는 차를 파는 다원으로 바뀌어 마카오 주민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건물 안에는 음료수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전시된 물건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마카오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마카오 와인 박물관과 그랑프리 박물관이다. 두 박물관은 함께 있다. 마카오에 와인 박물관이 있다는 게 어쩐지 생소하다. 사실 그리 오래된 박물관은 아니다. 포르투갈의 와인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곳으로 1000여 종의 포르투갈 와인이 전시되어 있다. 커다란 산지 지도를 벽에 세워두고, 지도 위에 와인 사진을 붙여 한눈에 파악하도록 했다. 박물관 출구에 다다를 즈음이면 와인 시식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서너 종류를 마실 수 있는데, 의외로 가볍지 않은 깊이를 지닌 포르투갈 와인의 맛에 매료되었다. 와인 박물관 입구 맞은편에 그랑프리 박물관 입구가 보인다. 1993년 마카오 그랑프리 40주년을 기념해 세운 곳으로 그랑프리와 관련된 사진과 소품, 실제 F-3 경주에 사용되었던 차가 전시되어 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휙휙 걷다 보면 15분 정도면 다 돌아볼 수 있다. 하지만 벽에는 그랑프리 우승자의 사진이나 경주 장면이 그려져 있고, 미하엘 슈마허가 몰았다는 스포츠카 등 의미 깊은 차들이 전시되어 있어 꽤나 솔솔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박물관 밖에는 질문지를 뽑아 답을 맞히면 열쇠고리와 핸드폰고리, 컵 받침대 등 선물을 준다. 스포츠카가 모두 몇 개인가 등의 질문이 나오므로 꼼꼼히 봐야 맞힐 수 있다.
way to way
항공 인천공항에서 마카오로 가는 에어 마카오 직항이 운행 중이다. 소요 시간은 대략 3시간 40분 정도. 스케줄 변동이 심한 편이므로 홈페이지에서 반드시 확인하는 게 좋다. 대부분 홍콩을 방문했다가 마카오를 덤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홍콩 좌석이 없는 경우 마카오 직항 노선을 대체편으로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
페리호 홍콩에서 마카오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가격은 HK$140~HK$275, 853-2872-6301(마카오)
헬리콥터 홍콩섬 페니슐라 호텔과 페리호 선착장 두 곳에서 탈 수 있다. 마카오까지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5분 정도. 한 사람당 HK$1000
hotel
마카오는 카지노만큼이나 호텔도 많다. 보통 카지노가 전부 호텔을 함께 경영할 뿐만 아니라 순수하게 호텔로만 운영되는 곳이 여럿이기 때문이다. 이중 록스호텔(053-2878-2782)은 홍콩이 바라다 보이는 해변에 위치해 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유럽 귀족의 저택을 떠올릴 만큼 고풍스럽고 멋스럽다.
shoping&play
마카오 피셔맨즈 워프는 스탠리 호가 수천억원을 투자해 만든 테마파크다. 전 세계의 유명한 건물을 한자리에 모두 모았다. 낮에는 형형색색의 파스텔톤의 건물이 눈요깃감을 제공한다면, 저녁에는 아름다운 조명을 받은 유럽풍 건물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건물은 카페나 레스토랑, 의류상점 등 가게로 운영된다. 피셔맨즈 워프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시시때때로 터지는 화산이다. 정해진 시간 없이 무작위로 터지기 때문에 운이 나쁘면 붉은 불기둥을 보지 못하기도 한다.
Experience Macau with Visa 프로모션
관광도시답게 마카오는 호텔, 카지노, 쇼핑몰 등 어디서나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하다. 다양한 카드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VISA카드로, 최근 비자카드는 오는 9월 30일까지 전 세계 비자카드 회원을 대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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