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가끔 아들을 통해서 교훈을 얻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 해 주말 어느 날,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오겠다고 나갔던 아들이 누구와 한 바탕 싸움을 하고 온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함께 온 아들의 친구가 난처한 표정으로 변호를 했습니다.
“아줌마, 얘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 글쎄 6학년 형이 먼저 시비를 걸었어요.”
“아니, 무슨 일이 있었는데??”
“제가 운동장에서 축구 하다가 목이 말라서 음료수를 사먹고 있는데 6학년 형이 오더니 제가 막 욕을 하면서 음료수를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컵에 따라줬는데 나머지도 다 달라고 하면서 또 욕을 했고요. 그 때 성철이가 왔어요. 성철이는 그 형에게 욕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리고 형은 이미 먹었으니 나머지는 제가 먹어야 하는 거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 형이 성철이에게 “이 XX끼야! 니가 뭔데 껴들고 *랄이야! 너 죽고 싶냐! 그랬어요. 그래서 또 성철이가 “형, 욕하지 말아요” 라고 했는데 그 형이 더 심하게 욕을 하면서 때리려고 했어요.”
“그랬구나. 그래서 어떻게 되었니?”
“그런데..성철이가 “니가 6학년이면 다야.. 이*8놈아. 뺏어 먹을게 없어서 동생 꺼 뺏어 쳐먹냐, 이**끼야!!!” 그러면서 발차기를 했어요. 그 형도 성철이 멱살잡고.. 그래서 싸움이 났어요.”
“그럼 그 형은 어떻게 되었니? 많이 다쳤니?”
“그런데 그 형이 성철이보다 더 많이 맞은 거 같아요. 나중에 울면서 도망갔어요”
얼굴이 한쪽이 발갛게 되고, 윗옷 소매 한 쪽도 찢어진 아들을 돌아보니 어떻게 싸웠는지 짐작은 됐습니다. 남자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런 모습으로 집에 왔던 적은 없었기에 사실 저는 놀랐습니다.
일단 옷을 갈아 입히고 부은 상처에 약을 발라주면서 말을 걸었습니다.
“네가 친구를 위해 나서 준 것은 좋은데, 그 형은 6학년이었잖아. 만약 그 형과 친구들이 학교에서 너를 혼내주려고 하면 어떻게 하려고 형에게 대들었니?”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제 친구들도 싸움 잘하는 친구들이 많고요. 저도 발차기는 잘해요. 또 그런 일이 있으면 선생님께 말씀 드릴 거에요.”
“그래, 그래도 조심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어떤 일이든지 싸우는 것은 좋지 못한 것 같아. 될 수 있으면 싸우기 보다는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게 좋을 것 같구나. 그런 점에서 형이었지만 성철이가 그 형을 좀더 설득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같이 욕하고 싸우기 보다는..”
“엄마, 저도 그 형이 욕할 때 세 번 참았어요. 참을 인이 세 번이면 살인도 피해간다고 그러셨잖아요. 그래서 저도 세 번은 참았는데 그 형이 우리를 무시하고 욕하고 때리려고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도 욕하고 싸운 거에요. 아무리 형이라고 해도 동생들을 괴롭히는 것은 안되잖아요. 먹고 싶으면 좀 달라고 부탁해야죠. 자기가 산 것도 아니고, 동생에게 얻어 먹으면 미안한 거잖아요.”
아들의 말은 조목조목 타당했습니다. 부당한 것에 ‘분명한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고 가르쳐왔기 때문에 아들이 잘못했다고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혹시라도 학원 폭력에 관련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아이의 정의로운 태도를 대놓고 칭찬하지도 못했습니다.
아들은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자신의 방식을 터득하고 있는 사이에 저는 아들에게 가르쳐왔던 방식에서 주춤거리는 것 같습니다. 점점 인내하기 힘들어지는 사회에 잘 적응하면서 그러려니 하면서 적당히 타협하고, 바로 잡아야 하는 것임에도 용감하게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평소 굼뜬 아들의 행동에 대해 대부분 세 번까지 인내하지도 않아 결국은 다툼으로 치닫고.. 그렇게 세 번 참는 일은 제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참기 힘들지만 그래도 세 번까지는 참아보고… 그럼에도 바르지 않다 판단되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아들이 터득한 ‘세 번의 인내’를 통해 저를 다시 바로 잡아 봅니다. ‘인내하는 습관’을 생활 실천 요강으로 가슴과 머리에 되새기면서…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
(어떠한 일이라도 참고 또 참으면 섣불리 행동한 자신에게 올 화를 면한다는 뜻)
세 번은 참겠지만...
2008.05.20, 이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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