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up 스킬

민석 아빠의 현재 고민

올소맨 2008. 5. 19. 17:09

야곱이 12명의 아들 중 11번째 아들 요셉을 너무 사랑하고 아껴서 그에게 채색 옷만 입혔다고 한다. 이처럼 뭔가를 너무 사랑하면 구별 짓고 싶어 하고(dis 분리 + sting 바늘로 콕콕 찌르다 + uish) 그래서 이미 구별되어진 사람을 저명인사(Distinguished People)라고 하는 것 같다.

 

난 우리아들을 유명인사로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민석이를 최대한 바르게 양육하여 이 사회에 보탬이 되게 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리고 민석이를 사랑하고 바르게 양육하는데 내 인생을 걸고 싶고 모든 걸 올인하고 싶다. 그렇다고 비싼 학원을 보내고 고액과외를 시키고 아이를 극성으로 키우겠다는 그런 얘기가 아니다.

 

아이를 사랑하고 예쁘고 귀여워서 맨 날 뽀뽀만 해주는 것도 좋지만 인생을 먼저 산 선배로서 아기에게 시행착오를 줄이는 보다 바람직한 로드맵을 제공하고 싶은 것이다.

 

민석이가 성인이 될 즈음에는 세계의 모든 장벽이 무너지고 비자 없이 여권만 가지고도 모든 국가를 자유롭게 오가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이다. 따라서 나는 지금의 민석이를 세계표준(Global Standard)로 키우고 싶다.


그럼 그때 영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고 자랑거리가 아닌 매일 생활하는 일상 도구일 것이다. 따라서 민석이에게 우리말과 영어를 둘다 A로 만들어 주고 싶다.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모짜르트와 고흐가 동경했던 파리의 언어인 불어까지. 일본어는 일본사람들이 일본어를 잘하는 한국사람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쓰꾸에노 우에니 나니노 이마쓰까 정도 하면 웃고서 영어로 말하기를 좋아한다. 중국어를 배우면 중국 사람과 뭔가를 해야 할 텐데 중국 사람과는 비즈니스를 해서 이기기가 상당히 힘들다. 따라서 난 영어와 불어를 했으면 싶다.

 

해서 난 요즘 고민이 생겼다.


* 아이를 미국에 보내지 않고도 네이티브처럼 영어를 잘하게 하고 싶다. 특히, 공명을 살리고 유성음의 성대(Voice Box)구조를 가져가고 싶다.


* 우리말을 영어로 영작해서 협상했을 때 서양 사람들이 느꼈던 신기해하는 우리말 컨텐츠를 살리고 싶다.

 

헌데 요즘 21개월 된 민석이를 관찰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있다.


목욕 후 아빠가 “됐다”라는 표현을 썼더니 아이가 까까 봉지를 뜯어 줬을 때, 자기 옷을 다 입혀주고 외출 준비가 되었을 때 그 “됐다”라는 표현을 썼다. 그 표현이 어떤 상황이 종료되거나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었다는 것을 파악 한 듯하다. 그리고 동화책을 읽어 줄때 책속의 꽃과 공을 보면 꼭 짚으면서 꽃, 공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오디오에서 나오는 영어 라임과 동화는 아무리 많이 들려줘도 단지 하나의 소리일 뿐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아빠나 엄마가 어떤 상황에서 오디오에 나오는 어떤 표현을 했거나 사물을 가리키면서 그걸 영어로 알려 줬을 때만 아기가 인식한다는 소리다.

 

또 매일 동화책의 어떤 대목의 대사를 읽어 줬을 때 아기가 웃거나 하는 똑같은 반응을 하는 걸 보면 기억 장치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요즘 단어와 단어를 합쳐 문장을 만들어 낸다. 아빠 가자. 아빠 자자. 연상(Association)을 만들어 낸다는 얘기다. 특히 명사와 동사를 빨리 습득하는 것 같다.

 

사람은 태어날 때 세상의 모든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늑대 소년이 발견됐을 때 히브리어를 할 거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우우 하는 늑대소리를 낸 것이다. 시간이 가면서 낼 수 있는 소리가 한정이 돼가는 것이다.

 

또한 아기 뇌의 한 영역에 우리말과 영어를 같이 삽입시켜 아기 스스로가 함수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는데. 우리말 영역과 영어 영역을 구분지어 함수 관계를 맺는 것은 정말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왜냐면 지금의 신송범 외교관과 태국의 피터 지사장, 한나미, 권진혜 등과 동시통역사가 되기 위해 하루 10시 이상 영어를 공부하면서 느꼈던 한계를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진 않다. 토익 950점 별 의미 없다. 물론 그렇게 점수 받기 위해 들어간 노력에 비해 우리가 영화를 볼 때, 빌리, 버트, 그렉과 술 마시면서 빠르게 자유롭게 대화할 때 우리는 어느 덧 약간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협상할 때는 거의 무리가 없다.)

 

처제의 5살 난 딸 희서에게 우리말 동화책 5권과 영어 동화책 5권을 읽어준 후 어느 동화책이 재미있냐고 했더니 한글 동화책이 재미있다고 했고 공포이야기인 영어 동화책 한권만이 재미있다고 했다. 그리고 영어 동화책을 읽어 줄 때는 아이의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5살만 돼도 이미 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굳어진 연상이 생겨버린 것이다.

 

지금 한참 말을 따라 할 때 영어를 전달하고 싶은데 가은아빠처럼 영어단어 낚시놀이와 부직포카드단어놀이를 할 시간은 없고 그렇다고 민석이를 볼 때마다 영어로만 얘기 할 수도 없고. 나도 3시간 이상 영어를 하면 머리에 쥐난다.

 

빌리나 데이비드를 한국에 들어오게 할 수 도 없고 참 고민이다.

 

일단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들로 구성된 아이 커뮤니티를 통해 아이들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만큼의 영어를 배우고 쓰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 싶다. 그리고 거기에 자연스레 외국인 아이들도 함께하여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이런 환경이 조성된 후에야 내가 아이에게 들려주려고 영어동화와 영어동요를 외운 것이 효과가 있지 써먹을 커뮤니티가 없으면 도로 묵일 것 같다. 외국인 친구를 만나서 3년 이상 겪은 후에 그 아이와 우리아이의 커뮤니티를 엮으면 시간이 너무 걸리니 3년 이상된 친구를 통해 3년 이상된 친구를 소개 받아야 겠다. 그리고 교육열인 준형이 엄마인 하경아줌마를 빨리 만나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