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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지처클럽', '억지춘향 클럽' vs '매우 현실적'

올소맨 2008. 5. 7. 09:18

"아줌마의 마음을 너무 잘 아네요" vs "말도 안되는 설정들만 있네요"

SBS TV 주말드라마 '조강지처클럽'(극본 문영남, 연출 손정현)이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찬사와 '해도 너무하는 과장'이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으며 관심을 받고 있다.

나들이 하기 좋은 계절에는 통상 TV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낮아지지만 '조강지처클럽'은 봄이 되면서 오히려 시청률이 상승 일로다.

62회가 방송된 4일에는 전국 28.6%, 수도권 32.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같은 날 27.6%의 시청률을 기록한 김수현 작가의 KBS 2TV 주말극 '엄마가 뿔났다'보다도 높은 수치다.

제작진은 "사실 지금이 겨울이면 벌써 시청률이 30%를 넘어섰을 것"이라며 "이제부터 극의 재미가 더해진다"고 자신했다.

찬사도 비난도 모두 시청률로 안고 가는 '조강지처클럽'의 인기 비결을 살펴보자.

   ◇아줌마의 마음을 대변하는 풍성한 대사
'조강지처클럽'의 고흥식 SBS 책임프로듀서는 "문영남 작가가 대 작가라는 것은 대사로 증명이 된다. '조강지처클럽'의 대사에는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이 리얼 타임으로 담겨있다. 문 작가의 언어감각은 탁월하다. 특히 아줌마 주인공들의 감정 기복을 대사를 통해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의 아이디 crom9214는 "문 작가님 이분 정말 생각할 수록 대단한 분입니다. 정신 사나운 아줌마 드라마에 '대왕세종' 남성 시청자들까지 푹 빠져들게하니 말입니다"라고 말했고, adonai88는 "갈수록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같은 아줌마로서 아줌마의 마음을 어쩌면 그렇게 잘 아는지…"라고 감탄했다.

극중 유일하게 아내로부터 버림받은 남자 길억을 연기하고 있는 손현주는 "문 작가님의 대본은 빼어나다. 특히 대사가 감동적인데 인물 별로 대사를 통해 많은 것을 전달한다"면서 "다만 그로 인해 대사량이 다른 드라마에 비해 많은 것이 좀 힘들긴 하다"며 웃었다.

주인공들이 긴 대사를 청산유수로 쏟아내는 와중에 촌철살인으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작은 마누라' 분자(이미영 분)와 살면서 한평생 뻔뻔하게 굴었던 남편 한심한(한진희)이 교통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되자 안양순(김해숙)이 통곡을 하는 모습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안양순은 "니들은 몰러…분자 오빠랑 나 사이를…"이라는 말로 자신을 향한 시선을 일축한다.

또 길억이 한복수(김혜선)를 향해 "아줌마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거 남편도 알았으면 이런 짓 못했을 거에요. 아줌마 정말 열심히 사는 모습 자랑스럽습니다"와 같은 대사는 조강지처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는다.

   ◇불륜에 접근하는 현실적 시선
극중 첫사랑이었던 남편에게 무참히 버림받은 나화신을 연기 중인 오현경은 "우리 드라마를 두고 과장 논란이 일고 있는데 현실을 보면 드라마보다 훨씬 심하다. 드라마는 현실의 극히 일부분만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륜은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그러나 불륜을 그저 자극적인 소재로 그리지 않고 그 안에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담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지난해 김수현 작가의 '내 남자의 여자'가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불륜을 새로우면서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조강지처클럽'의 불륜은 오히려 너무 뻔해서 식상할 정도다. 남편들은 바람기로 똘똘 뭉쳐있고, 바람을 피우며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뻔뻔하기 그지 없고 그 속에서 아내들은 속이 시꺼멓게 타들어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파격이나, 선정적인 냄새는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는 그 단계를 뛰어넘어 불륜에 대처하는 조강지처들의 자세를 쓰다듬는다.

고흥식 책임프로듀서는 "인생을 논할 자신이 없으면 불륜을 본격적인 소재로 다루기 힘들다. 그러나 문 작가는 바람을 피우는 나쁜 남자들조차 인간적인 시선으로 접근하며 그들의 내면을 밀도 있게 묘사한다"면서 "악인마저 인간적인 배경을 그려주며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작가의 힘이고 이 드라마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온갖 종류의 불륜 이야기가 등장하는 '부부클리닉'적인 시각에서 접근한다면 '조강지처클럽'은 이해하기 힘든 드라마임에 틀림없다. 법적, 도덕적으로 죄를 지은 사람과 그로 인한 피해자의 이분법적 시각으로는 설명이 안되기 때문. 그랬다면 이 드라마가 62회까지 올 수도 없었다. 물론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아이디 oshj36는 "엄연히 결혼을 한 사람끼리 살다가 어느 한쪽이 바람을 피우면 헤어지든가 아니면 이혼을 하는 게 정상이거늘 이혼도 안하고 다른 여자가 떡하니 들어와 살고, 당연한 것처럼 한원수(안내상)라는 사람은 전부인인 나화신에게 마치 현재의 부인인양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 나화신도 그렇다. 다른 여자가 자기 대신 집에 들어와 살고 있는데도 뭐가 그렇게 남편한테 주눅들어 살고 있는가"라고 지적하며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잘못된 건가. 아니면 내가 잘못 알고 있는 세상을 살고 있는가"라고 개탄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난 속에서도 '조강지처클럽'은 인간 관계가 흑백논리로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음을,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 쉬운 이야기
성공한 드라마들에는 늘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이 놓여있기 마련. '조강지처클럽'에서는 특히 안내상이 연기하는 한원수 캐릭터가 화제다.

창피한 것 모르고 천하에 개념 없는 한량인 한원수는 피가 뜨겁다. 그래서 분을 삭히지 못할 때면 물을 뒤집어 쓰고 막춤을 춘다. 그가 버린 나화신에게는 천하의 나쁜 남자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한원수의 캐릭터를 두고 "미워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설득력이 있기 때문. 드라마는 이제 나화신에게 젊은 남자가 구애를 펼치자 질투에 사로잡힌 한원수의 모습을 그리게 된다.

이런 생생한 캐릭터는 쉬운 이야기 속에 녹아들며 거부감을 없앤다.

제작진은 "'조강지처클럽'의 대본은 10~15분이면 읽을 정도로 쉽게 쓰여있다. 작가는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쉽게 우리가 평소 쓰는 말만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떻게 이렇게 쉬운 말들의 조합으로 이렇게 유려하게 이야기를 쓸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디 jylovejjlove는 "드라마 보고 있자면 저절로 욕이 나오고 울화통이 터지지만 욕하고 나면 속이 시원하고 또 요즘 안타까운 사람들이 잘 되어가는 모습에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퍼집니다. 내용을 보면 권선징악, 정말 뻔한 이야기지만 저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인지라 이런 내용이 좋네요"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