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단원 평가를 보고 온 아들이 점심을 먹으면서 말을 던진다.
“엄마, 오늘 수학 시험 볼 때 선생님이 안 계셨거든요. 그런데 어떤 애가 큰소리로 자꾸 커닝을 했어요. 그래서 집에 오기 전에 선생님께 말씀 드렸어요”
“그래? 그런데 선생님께 미리 말하기 보다는 그 친구에게 커닝은 별로 좋은 게 아니니까 다음에는 그렇게 하지 말자라고 친구에게 기회를 주면 좋았을 거 같구나. ”
“그 애는 전에도 몇 번 그랬어요. 그리고 제 말에 별로 신경도 안써요.”
“그럼 네가 좋아하는 용재가 그랬다면 그래도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을까?”
“네. 용재라해도 그렇게 했을 거에요. 하지만 용재는 그런 행동을 하는 아이가 아니에요”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런데 엄마는 혹시나 네가 고자질하는 아이로 오해받을까 걱정이다”
“엄마, 그건 고자질이 아니에요. 만약 제가 커닝한 애에게 엄마 말씀처럼 이야기하면 그 애는 너나 잘해! 그래 너 잘났어! *뎅아~!! 그랬을 거에요. 커닝한 것은 창피하고 미안한 건데 오히려 당당하게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거잖아요. 앞으로 사람들이 정말 나쁜 행동을 했는데도 그게 처음이면 항상 용서를 해주는 건가요? 그리고 큰 잘못이 아니면 그냥 용서해줘야 하나요?”
아이가 자라면서 상황에 맞게 적절한 교훈을 주는 것이 쉽지 않다. 아들이 바람직한 행동을 했음에도 그 행동을 칭찬하기 보다는 세상과 타협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려 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물론 아이들이 자라면서 친구들과의 갈등하는 과정도 필요한 성장의 한 단계이다.
하지만 학원폭력이 이젠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았고, 아이들은 일상 대화에서 친하지 않은 친구들에게 심한 욕이나 비방 등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다. 해서 나는 아들이 혹시 모를 불상사를 당할까 어떤 친구들과도 원만하게 지내기를 바래왔다. 그러나 이런 나의 기우가 어쩌면 불의와 타협하도록 은연중에 묵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막 사춘기에 접어들어 감정의 변화가 심한 아들은 이제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체험을 통해서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세상과 타협하는 방법도 조금씩 익혀갈 것이다. 내가 미리 그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도, 내 방식 대로가 아니라 아들의 방식대로 세상과 부딪치고, 상처도 받고, 절망도 하고, 극복도 해가면서 말이다.
아들이 생각하는 바른 삶에 대해 나도 좀더 깊이 고민하고, 조언할 수 있어야겠다.
"그건 고자질이 아니에요" |
2008.04.20, 이향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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