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간담회를 참석하게 되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교실 안을 둘러보려 했는데 선생님께서 문 앞에서 미리 기다리고 계셔서 반갑게 맞아 주셨다.
아들의 자리에 앉도록 안내해주시고는 학부모들에게 뭔가 인쇄물을 나누어 주셨다. 그런데 내게 나주어 주실 때는 크게 웃으시면서 주시는 것이 아닌가. 조금 의아했지만 먼저 인쇄물을 살펴보았다. 인쇄물은 아이들이 직접 쓴 두 장의 자기 소개서였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 대해서 보다 자세하게 아실 요량으로 약 25문항에 걸쳐서 솔직하고 직관적으로 답하도록 하신 것 같다.
각각의 문항은 주로 자기에 대한 생각, 친구들에 대한 생각, 가족에 대한 생각, 공부에 대한 생각, 자신의 미래의 꿈에 대한 생각에 대한 것으로 각 5문항씩 질문에 대한 답이 적혀 있었다.
선생님께서 크게 웃으셨던 아들의 답변은 ‘우리 엄마는 (스파르타 교육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것과 공부를 하는 이유 세 가지에 대해서 ‘첫 째, 강자만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둘째, 다른 사람을 더 웃겨주기 위해서, 셋째, 남북 통일을 빨리 이루기 위해서’ 라는 것. 또한 무인도에 있을 때 한 사람만 데려오고 싶다면 나는 (용재)를 오라고 하겠다는 것이었다.
엄마에 대한 이미지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절묘하게 관련 짓다니... 그리고 가장 절박한 순간에 엄마나 가족이 아닌 친구라니!! 선생님께서는 나를 안심시키시려는 지 “성철이가 엉뚱하기는 하지만 어머님을 참 많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고 하신다. 선생님의 위로에 나는 웃을 수도, 화를 낼 수도 없는 대략난감…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집에 돌아와서 아들의 자기소개서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들에게 나는 녹록한 엄마는 사실 아니었다. 집에서 지켜 볼 수 있는 엄마가 아닌지라 회사에 출근해서 집에 돌아올 때까지 아들은 오늘의 해야 할 일을 끝내야 했고, 나는 매일 빠지지 않고 점검했다.
공부의 양은 아들과 의논하여 현실적이고 실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하여 습관을 갖도록 했고, 만약 그날의 할 일을 못했을 경우 다음 날 혹은 주말에도 반드시 하게 했다. 숙제를 완성한 대가로는 주말에 2시간의 컴퓨터 게임과 2시간의 게임기의 사용이라는 달콤(?)하고도 대단한(?) 상이 아들에게 주어졌다. 물론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불가. 그리고 나는 아들에게 했던 약속을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했고, 아들도 내가 자신의 기대치를 거스른 적이 없기 때문에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들이 엄격한 엄마이지만 소통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거라 믿었다. 하지만 무인도에서 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나는 아들에게 스파르타식의 강압적인 엄마였나 보다. 그럴지도 모른다. 아이의 직관적인 생각이 때로는 세상을 가장 정확하게 본다.
나는 아이에게 틈을 주지 않는 엄마였다. 아이에게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 실수를 통해 엄마도 자신과 같은 사람임을 깨닫게 하지 못했다. 실패나 고통을 이겨내는 것을 가르치기 보다는 뭐든 잘하라고만 채근했었다. 실수 없는 엄마를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게 해서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것에 중심을 두었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질감을 느끼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아들이 성장하면서 나는 그에게 더 이상 1인자가 아니라는 것을 언뜻언뜻 사금파리 통증으로 느끼곤 한다. 예측하지 못한 배신이 서서히 익숙한 일상으로 다가설 테고 아들은 서서히 나로부터 독립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개척해 나갈 것이다. 아들의 생각대로 세상을 느끼고 마주하도록 그에게서 물러나야 할 때가 조금씩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무인도에서 엄마를 생각해줬으면 하는 서운하고도 아련한 미련이 남아 있지만 말이다…
이제부터 나의 아들이 아니라 ‘배 성 철’이라는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해야 하고, 엄마의 존재보다 먼저 아들에게 다가서는 사람들과 가치들을 함께 공감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인도에서 꼭 필요하다는 친구에게 게임기 들려서 보내주고 나는 아들에게 잘 지내라는 메일이나 띄워야겠지…..끄~~응!
무인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2008.04.03, 이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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