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카메오, 성과와 한계

“너 아직 멀었다. 나처럼 되고 싶어 자기 미래 담보로 도장 찍겠다던 친구가 나한테서 본 게 예쁘게 화려한 것밖에 없네. 나처럼 되는 거 어려운 거 아니야. 누가 너처럼 되고 싶어 하는 게 어려운 거지.” 유명 여배우 전도연이 배우를 꿈꾸는 여고생 오승아(김하늘 분)에게 말한다. 전도연 매니저를 사칭한 사기꾼에게 속은 오승아는 이후 톱스타로 성장한다. 배우, 작가, 드라마 PD, 매니저를 주인공으로 연예계를 그리고 있는 SBS 드라마 ‘온에어’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에 카메오(유명인사가 깜짝 등장하는 역할)로 출연한 전도연은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톱 여배우인 자기자신을 연기하며 명대사를 남겼다. 전도연을 비롯해 이효리, 김민준, 강혜정 등 방영 6회 만에 10여명의 스타를 출연시킨 ‘온에어’는 톱스타 특별출연으로 눈길 끌기에 성공하며 연일 화제를 낳고 있다. ▶카메오가 주는 리얼리티 연예계를 무대로 한 드라마의 성패는 ‘진짜 스타’의 출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에어’ 이전에도 SBS ‘순자’ ‘스크린’ 등 연예계를 다룬 다수의 드라마가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은 사실감이 떨어지는 구성 탓이었다. ‘온에어’는 스타들을 드라마의 단역 캐릭터로 등장시키면서 진짜 연예계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방송국 대기실을 찾은 매니저 장기준(이범수 분)이 톱가수 이효리를 우연히 만나고, 배우 오승아의 시상식에 인기 그룹 FT아일랜드가 출연한다는 설정은 실제로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다. 출연자의 실제 경험이 녹아든 대사도 리얼리티에 일조했다. 4회분에서 장기준 역할을 맡은 이범수는 카메오 배우 김민준에게 “네 작품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안중근인가 뭔가는 왜 자꾸 버럭거리냐”고 묻는 장면을 연기했다. 이범수는 김민준과 함께 출연한 2007년작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버럭범수’라는 애칭을 얻으며 안중근 역을 연기한 주인공이다. 배우 강혜정은 5회분에서 주인공 서영은(송윤아 분) 작가의 드라마 캐스팅을 거절하며 “7세 지능의 은영이 캐릭터는 사랑스럽지만 영화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해서 배우 이미지 고정된다는 건 득보다 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혜정은 2007년 영화 ‘허브’에서 7세 지능의 스무살 아가씨로 등장한 바 있다. ▶역할 없는 카메오의 한계 길어야 3분가량 등장하는 스타 출연자들은 드라마 홍보수단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온에어’ 시청률은 15%대를 기록한 가운데 카메오 출연분을 편집한 동영상들이 인터넷 사이트, 블로그 등을 통해 확산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타가 깜짝 출연한다는 사실 자체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한편 할리우드를 다룬 ‘미드’들은 톱스타, 명감독들을 극의 주요 인물로 등장시키며 기존의 이미지를 비트는 풍자까지 선사하고 있다. 미남 배우와 그의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할리우드를 다룬 HBO ‘앙투라지(Entourage)’는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 가수 겸 배우 맨디 무어,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멜 등이 각 에피소드의 주요 인물로 나왔다. ‘타이타닉’의 명감독 캐머런은 극중에서 선댄스영화제에 참석해 “‘타이타닉’은 여자애들을 울리기 위해 만든 것뿐”이라고 밝히는 등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전혀 다른 말투와 태도의 인물을 연기했다. 타블로이드지를 배경으로 한 폭스 ‘더트(Dirt)’에서는 주인공 편집장 역 코트니 콕스의 과거 연인이자 경쟁자로 제니퍼 애니스턴이 출연했다. 시트콤 ‘프렌즈(Friends)’에서 절친한 친구 사이로 출연했던 두 사람은 드라마에서 진한 키스신까지 연기하는 파격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