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
.
마을을 둘러싼 안개가
좀처럼 떠나갈것 같지 않던 그 안개가
산들 봄바람에 슬그머니 산골짜기로 흘러갔다
세월도 이렇게 참 천천히 흘러갔음 좋으련만
마른 풀속에 숨어서 통통하게 살이 오른 봄나물을 캐려고
안개가 두런두런 남아있는 논두렁을 서성대니
사연을 안고 대처에서 왔다는 비닐하우스 교회에선
삶의 무게를 버티어 내게 하는 찬송가가 은은히 울려퍼지고
어린시절 교회 앞마당에서 그랬던것 처럼 살금살금 다가가보고선
가지런히 놓인 신발 네 켤례에 그만 코끝이 찡했다
낯익은 찬송가는 마음 한구석에 하얀 안개비를 만들고
까닭없이 서글픈 나는
아직 회색빛인 마을어귀에서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싶었다
꿈많던 시절의 소녀로 되돌아가서
두 눈이 아프도록
나에게 부치는 편지를 쓰고 싶은 이런날에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앉아
아직은 회색빛인 마을어귀에서 나는
맑고 차가운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싶었다
저 어디쯤에서 달려와
바람결에 흘러가는 그 안개를 보내면서...
'좋은시·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은 하나의 약속이다 (0) | 2008.03.24 |
---|---|
세월,고놈 차암!! (0) | 2008.03.24 |
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 (0) | 2008.03.24 |
찻잔이 있는 풍경 (0) | 2008.03.24 |
봄이 오듯 사랑이 오면 (0) | 2008.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