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up 비타민

비자금→차명계좌→차명주식→경영승계 ‘핵심고리’ 찾았나

올소맨 2008. 3. 12. 02:08


[한겨레] 삼성 특별검사팀이 11일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을 압수수색한 배경은 이건희 회장 일가가 전·현직 임원들의 이름을 빌려 삼성생명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했다는 ‘명의신탁’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이 회장 일가가 삼성생명 주식을 명의신탁했다는 의혹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의 핵심인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과 연관되기 때문에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은 1998년 12월3일 삼성생명 및 계열사의 전·현직 임원 31명으로부터 삼성생명 주식 299만5200주(16%)를 주당 9000원이라는 헐값에 사들였다. 또 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으로 인수한 이재용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삼성에버랜드도 같은 날 전·현직 임원들로부터 삼성생명 주식 344만주(18.42%)를 똑같은 가격인 9000원에 매입했다. 이로써 삼성은 ‘이재용→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완성됐고, 사실상 이재용씨의 경영권 승계 작업도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이듬해 7월 이 회장이 삼성자동차 부채 처리를 위해 자신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를 내놓겠다고 하면서 주당 가격을 70만원으로 정해, 주당 9000원에 임원들한테 산 주식에 대해 명의신탁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참여연대는 “총수 일가의 차명주식이기 때문에 헐값 매입이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특검 수사로 차명주식이 확인될 경우 전략기획실 주도로 그룹 차원의 공모에 따라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 삼성생명 주식 헐값 매입이 하나의 시나리오에 따라 이뤄진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에버랜드 사건과 관련해 처리가 미뤄진 이 회장 등 31명 임원에 대한 기소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에버랜드 재판과정에서 두 사건은 각 계열사가 경영상 판단에 따라 이뤄진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해 왔다.

특검팀 관계자는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는 것은 차명주식이라는 사실이 어느 정도 소명된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명의신탁이 확인되면, 이름을 빌려 준 임원에게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할 수 있고, 또 계열사에서 조성한 비자금으로 임직원 이름을 빌려 주식을 샀다면 배임과 횡령죄 적용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주식을 산 자금의 출처와 명의신탁 주식에 배당된 배당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특검팀은 또 삼성화재가 고객에게 돌아갈 보험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만든 의혹을 대부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삼성화재가 고객에게 지급하기로 했다가 당사자간 합의로 지급하지 않게 된 보험금이나, 사고가 난 가입자들이 렌터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이 비용의 20%를 돌려줘야 하는데 이 돈을 이 회사 직원들 이름의 차명계좌로 빼돌려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의 실무자인 김아무개 삼성화재 경리팀 부장이 비자금 조성을 시인했다”며 “지금까지 확인된 액수만 10억원이고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 돈이 대부분 현금으로 인출된 것에 주목해, 불법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