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

3년만에 컴백 거미 "제 노래 세번 들으면 감 잡아요"

올소맨 2008. 3. 8. 16:14


"변해도 안 변해도 욕을 먹죠." 새 음반을 들고 나오는 가수들의 푸념이다. 장르 변화를 시도하면 '이젠 맛 갔다'고, 음악 색깔을 유지하면 '식상해서 질린다'는 불평을 쏟아내는 대중의 구미를 맞추기 힘든 탓이다.

   3년 만에 나온 거미(본명 박지연ㆍ27)의 4집 '컴포트(Comfort)'는 변화와 유지의 중도(中道)를 영리하게 밟았다. 의도를 단번에 대변하는 곡은 타이틀곡 '미안해요'. 스토니스컹크의 쿠시가 만들고 테디가 편곡했으며 빅뱅의 탑이 랩 피처링을 했다.

   중독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유로 댄스곡에 헤어진 연인에 대한 미안함을 담아 희비가 교차되는 여운이 있다. 꽉 찬 전자 사운드로 변화를 주되 거미 히트 레퍼토리의 연장선에 있어 다양한 음악 팬의 기호를 충족시켜 준다.

   "한 번 들으면 '거미 스타일이 왜 이렇게 확 바뀌었지'란 생각을, 세 번 정도 들으면 '거미 노래 맞네'라고 할 걸요?"
레게, 힙합, 라틴, 트랜스 등 임팩트 강한 장르를 삽입했고 거미는 랩도 한다. 그러나 1집 '그대 돌아오면'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같은 초기 스타일의 발라드곡 '사랑하지 말아요' '거울을 보다가' 등을 넣어 탄탄한 구성으로 완성했다. 주로 페리, 용감한 형제, 테디, 쿠시 등 YG패밀리 작곡가들이 참여했지만 윤일상, 싸이, 한상원 등 처음 호흡을 맞춘 이들도 있다.


"제 음반에는 리얼 사운드의 어쿠스틱한 음악들이 많았어요. 심지어 전작이 '언플러그드(Unplugged)' 음반이었으니까. 전자 사운드로 풀어보자는 주위 의견에 걱정됐어요. '일렉트로닉이 유행하니 거미도 트렌드를 좇는구나'란 비판도 나올 수 있고, 저의 절규하는 발라드를 좋아했던 분들은 아쉬울 수도 있잖아요."


거미는 '미안해요'를 부르며 가볍게 춤도 춘다. 안무가 가사를 더 잘 표현해준다고.

   3년 만의 정규 음반이지만 그는 2006년 히트곡을 어쿠스틱 사운드로 편곡한 '언플러그드' 음반으로 잠시 활동했다. 이후 일본 활동에 대비해 지난 해에는 3개월간 일본에서 지냈다.

   "도쿄 메구로 지역에 작은 집을 빌려 일본어 공부만 했어요. 선생님께 하루 세 시간씩 이론과 회화를 배웠는데 제가 독하대요. 밥 먹고 운동하고 자고 음악 듣는 시간 외에는 공부만 했거든요. 식탁을 책상 삼아 해뜨는 걸 볼 때까지 향학열에 불탄 적도 있어요. 무가당의 (이)은주가 잠시 같이 있었는데 학업 전선에 바로 전염되던 걸요?"


다시 가요계로 복귀한 거미는 제자리를 찾은 안정감이 들면서도 "2003년 데뷔했는데 벌써 6년차에 다섯 장의 음반을 낸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음악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든 시점에 데뷔해 1집은 10만 장, 2집은 15만 장 이상 팔았고 히트곡도 한 음반에서 두 곡씩은 냈다.


"6년 동안 잃은 것도 얻은 것도 사람입니다. 가수의 꿈을 이루려다 친구들과 연락이 어려워졌고 지금은 YG 식구들, 매니저, 스타일리스가 제 사람들이 됐죠. 린과 영지처럼 마음 맞는 동료를 얻은 것도 복이고요. 해가 갈수록 끝까지 남아주는 팬들이 제 마음을 충만하게 합니다."


슬럼프가 없었던 듯하지만 1집 당시 심각한 성대결절로 음반을 낸 지 두 달도 안돼 활동을 마쳐야 했던 아픔도 있었다. 7년간 연습생으로 트레이닝을 받은 후 '다 죽었어'란 각오로 낸 첫 음반이었기에 충격이 컸다.

   "같은 해 데뷔한 소속사의 빅마마, 세븐이 너무 잘됐어요. 휘성의 2집도 그해 '대박'이 났고요. 말도 못할 정도로 목이 심하게 아팠는데 소속사 사무실 갈 때면 마치 죄인이 된 기분이었죠."


예뻐지고 싶어 살도 빼보는 등 소소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지만 세월의 힘이 마음의 평온을 찾아줬고 창법도 편안해졌다.


"제 분위기가 섹시하거나 귀엽거나 예쁘진 안잖아요. 나이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바뀌어가야지 더 예뻐지고 싶다는 건 꿈도 안 꿔요. 서른 살이 된다는 걱정도 덜었죠. 물론 소속사 어린 후배들 보면 무서울 때도 있지만. 오히려 엄마가 하루하루 다르신 걸 보면 저도 나이 먹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음악도 마음도 편안해진 거미, 그래서 음반 제목도 '컴포트(위안, 마음 편안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