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기자(ozzman82@gmail.com) |
경기 후 "유도 최고"를 외치는 유도가
1975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추성훈은 전국체전 재일교포 대표 유도가였던 아버지 추계이씨에 이끌려 세 살부터 유도를 시작했다. 아버지와 전국체전 수영대표 선수였던 어머니의 피를 받아서인지 추성훈은 유도에 자질을 보이기 시작했고 세이후 고등학교와 킨키 대학교 유도부에서 실력을 급성장시켜 일본 톱레벨까지 올랐다.
추성훈은 한국 국적을 가지고 태어나 일본대표선발전에 출전할 수 없었다. 한국을 동경하던 추성훈은 대학 졸업 후 1998년 한국 부산시청 유도단에 입단했고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추성훈은 실력이 아닌 무언가가 자신의 길을 막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국 유도계 내에 공공연히 퍼져있던 파벌이 문제였다. 번번이 판정에서 패배한 추성훈은 2001년 일본 귀화를 결심하고 곧바로 동아시아 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저력을 과시했다.
일장기를 가슴에 단 아키야마 요시히로는 승승장구했다. 81kg 체급 라이벌이었던 타키모토 마코토를 따돌리며 코우도관배 전일본 선수권 우승, 일본 국제 유도대회 우승, 파리 국제 유도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일본 대표로 출전, 한국선수를 판정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추성훈이 아닌 아키야마 요시히로로 금메달을 목에 건 그를 한 국내언론은 '조국을 메쳤다'는 타이틀로 기사화했다.
그는 귀화를 선택한 것도 유도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2004년 유도에서 종합격투기로 전향한 후에도 그는 항상 유도복을 입고 등장하고 승리 후 "유도 최고"를 외쳤다. 추성훈은 자신을 영원한 유도가라고 말한다.
동물적 본능의 종합격투기 파이터
추성훈은 2004년 12월 31일 K-1 다이너마이트에서 세계 복싱챔피언 출신 프랑소와 보타에 암바로 승리하면서 종합격투기 데뷔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제롬 르 배너와의 경기에서 체격 차에 압도당했지만 이후 타격실력을 급성장시켜 8연승을 달렸다.
추성훈은 유도가 출신이면서도 타격훈련을 꾸준히 하면서 종합격투가로서의 면모를 갖춰 갔다. 타격이 강한 파이터에겐 그래플링으로 맞서고, 그래플링이 강한 파이터에겐 타격으로 맞서며 올라운드 파이터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는 2006년 K-1 히어로즈 라이트헤비급 토너먼트 결승전에서 멜빈 마누프를 암바로 꺾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초반 마누프의 강력한 타격에 뒷걸음치던 추성훈은 클린치 상황에서 상위 포지션을 차지하고 일어서려는 마누프에 암바를 걸어 승리를 확정지었다.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감는 순간이었다.
추성훈은 늑대 혹은 사자 등으로 비유되곤 한다. 매서운 눈매로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이 먹이를 노리는 야수와 같은 분위기를 뿜어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히어로즈 서울대회에서 펼쳐진 데니스 강과의 경기에서도 그랬다.
그는 잽으로 데니스 강의 코를 부러뜨렸고 이에 데니스 강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서서히 링 구석으로 몰더니 펀치 한방으로 KO승을 따냈다. 그의 파이터 본능을 발견할 수 있는 경기였다. 추성훈에게는 파이터의 기질이 흘러넘친다. 그가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없을 만큼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두 번의 무효경기, 한국과 일본을 뒤흔들다
종합격투기 파이터로서 탄탄대로를 달리던 추성훈이 일본에서 공공의 적이 된 것은 2006년 12월 31일, K-1 다이너마이트 사쿠라바 카즈시와의 경기가 끝나고 나서였다.
도복을 벗고 경기에 나선 추성훈은 일본 종합격투기의 영웅 사쿠라바 카즈시에 승리를 거두는가 했지만 사쿠라바가 추성훈의 몸이 이상하게 미끄럽다고 어필하면서 문제가 됐다. 추성훈은 다한증이 원인일 수 있다고 밝혔지만 추후 몸에 스킨크림을 발랐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K-1 주최사 FEG로부터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경기결과는 노컨테스트로 바뀌었다.
일본의 일부는 추성훈이 유도시절에도 도복을 미끄럽게 해 경기에 출전한 전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쿠라바와의 경기에서도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봤다. 그는 일본에서 악역이 됐고 '암흑대마왕', '흑마왕', '사탄'이라는 닉네임을 얻기에 이르렀다.
이듬해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2007년 10월 한국에서 데니스 강을 꺾고 12월 31일 야렌노카에 출전한 추성훈은 미사키 카즈오의 사커킥에 다운 당하고 미사키에게 훈계를 듣는 굴욕을 당했다.
이번에는 한국의 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미사키가 추성훈에게 훈계를 할 위치가 되느냐고 반박했다. 2만 여명의 일본관중 앞에서 추성훈을 모욕했다며 비판했다. 경기는 무효처리 됐지만 여전히 한국팬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추성훈 파이터 전적의 두 번의 무효경기는 한국과 일본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영원한 이방인
한국인 피를 가진 일본인 추성훈. 그는 추성훈이자 아키야마 요시히로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는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니다. 현재까지 그의 삶은 이방인의 그것이었다.
3년간의 한국생활에서 그는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없었고 귀화를 선택했다. 그러나 귀화한 후 일본사회에서 일본인으로 살아갈 수도 없었다. 추성훈은 최근 인터뷰에서 "그냥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느 편도 아닌 인간 추성훈, 인간 아키야마 요시히로로 살아가길 원하고 있는 듯했다.
추성훈의 유도복 양쪽 어깨엔 태극기와 일장기가 있다. 그는 항상 자신은 추성훈이면서 아키야마 요시히로라고 말한다. 한국과 일본, 추성훈은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다. 편가르기가 계속되면 그는 영원히 이방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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