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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공짜로 타는 한국의 부자들

올소맨 2008. 1. 31. 21:53

재산이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재력가도 65세이상만 되면 공짜로 탈 수 있는 게 우리나라 지하철이다. 반면 부모 없이 단칸방에서 어렵게 살아 가는 소년소녀 가장들은 돈을 꼬박꼬박 내고 타는 것도 우리나라 지하철이다.

 

참으로 모순 덩어리다. 기자가 아는 지인들 가운데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65세 이상 부자 노인들은 매우 많다. 재산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사람 뿐 아니라 공기업 간부출신, 군 장성 출신, 고급 공무원 출신, 월 매출액이 2억-3억원이나 되는 기업형 자영업자등 수두룩하다.


변변한 소득이 없고 재산도 없어 어렵게 하루 하루 살아 가는 65세이상 노인들에게 지하철 티켓을 공짜로 주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대할 사람은 없다. 돈이 매우 많거나 돈을 내고 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공짜로 타도록 방치하는 시스템이 문제다.   


지난해말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평소 친하게 지내는 분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반주로 소줏 잔을 주고 받은 후 한국 나이로 작년엔 68세, 올해69세가 된 분과 함께 5호선 공덕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분명히 공짜 표를 집을 수 있는 데 교통카드를 이용하고 있었다.


“아니, 왜 공짜 표 사용 안하십니까?”


“창피하고, 양심의 가책도 되고 해서...”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나야 연금을 월급처럼 받고 있지 않소?”


“고위 공직자 출신들은 나이가 많아도 무임승차는 안하지 않습니까?”


“공짜로 타고 다니는 사람도 많아?”


이 분은 중앙 정부 부처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지난 2006년 전국 지하철 무임승차 노인 수는 연인원 2억3313만3000명이었다. 그 비용은 2145억8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이 1억6221만명으로 가장 많았다.작년에는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울메트로와 서울 도시철도공사등 지하철 회사들은 현재 빚더미에 앉아 있다. 2년마다 요금을 꼬박꼬박 올리고 있으나 언발에 오줌 누기다.


기자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노인 무료 티켓 제도를 폐지 하자고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형평의 원칙, 경제 논리를 한번 따져 보자는 것이다.

왜 티켓을 살 능력이 있는 65세 이상 시민들에게 ‘무조건’ 공짜 티켓을 줘야하나, 그리고 하루 세끼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소년 소녀 가장과 도시 빈민들은 꼬박 꼬박 돈을 내고 타야 하나를 짚어 보자는 것이다.


공무원이나 민간기업에서  착실하게 벌고 모으고 늘리며 살아 온 사람들은 내 집 하나 정도는 보유하고 있다. 악착 같이 모은 사람들, 한발 더 나아가 투기를 한 사람 가운데는 집 두어채, 땅,금융자산, 소득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다시 말해 퇴직을 했지만 ‘재산’이 있다.


흔히 “돈 많은 사람이 더 지독하다” “그렇게 지독하니까 돈을 모았지”라는 말을 많이 한다.주변을 살펴 보면 이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니다. 이렇게 재산이 있는 사람들이 지하철 매표소 창구에 그냥 방치 상태로 놓여 있는 공짜 표를 당연한 듯이, 표정 변화조차 없이 집는다. 


이런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서두에서 언급한 이른바 ‘재력가’들까지 공짜 지하철을 이용하는 나라는 아마 지구상에서 드물 것이다. 지하철 적자가 쌓이면 요금을 올리고 요금이 오르면 65세 미만의 시민들 부담으로 돌아 온다. 이들중에는 집이 없는 사람, 금융 자산은커녕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지하철 적자 해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형평의 원칙, 경제 논리의 문제다.방법이 없을까?이런 방법을 사용해 보면 어떨까? 세금 자료를 활용하면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당 부분을 풀 수 있다. 국세청.지방자치단체.행정자치부등 정부 부처에는 각 개인의 재산현황.소득현황이 어느정도 드러나 있다.


기준을 정하면 된다. 일정 수준이상의 재산과 소득이 있는 65세이상의 노인들에게 공짜 표를 주지 않으면 된다. 거꾸로 말하면 일정 수준의 재산과 소득이 없는 65세이상의 시민들에게 무표 티켓이용 자격을 부여하는 증명서를 발급하면 되지 않을까? 이 자격을 주민등록증에 표기를 하든지 아니면 따로 발급을 하고 이를 제시하는 분들에게만 무료티켓을 발급하면 되지 않을까?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방법이 과연 현실적으로 타당한지 모르겠다. 하도 답답해서 한번 제시해 본 방법이다. 방법을 찾으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지역의료보험료료등은 이런 방법으로 잘 산정하고 있지 않은가?


무임승차 대상을 70세 이상으로 제한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 숫자 게임을 하기 전에 이 문제부터 푸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이정선 기자 (csnews@c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