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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연출가는 바로 '나'

올소맨 2011. 2. 13. 08:45

내 인생의 연출가는 바로 '나'

 

- 성공적 인생위해“인생의 연출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김명곤 칼럼, 2011-02-09 오전 08:21:43  
전 가끔 한 인간이 자기 인생을 가꾸어 가는 과정이, 한 작품을 창조해 가는 연출가의 작업 과정과 매우 닮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뭐가 닮았는지 제 나름대로 분류해 봤습니다.

첫째, 인생의 미래를 설계한다.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대본이 있어야 하고, 연출의 역할 중 첫번째는 대본에 대한 해석입니다. 연출의 해석에 따라 똑 같은 작품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탄생되기 때문에, 연출은 대본을 분석하고 수정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대본을 인생의 미래 설계도나 계획서와 같은 것이라고 본다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리 인생을 분석하고 수정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는 게 인생의 연출가로서 첫번째 할 일입니다.

둘째, 인생의 연기를 연출한다.

대본에 담긴 이야기는 배우들의 대사와 동작을 통해 표현됩니다. 배우는 종이 위에 씌어진 글씨들을 자신의 영혼 속에 새겨 넣고, 자신의 육체를 통해 남에게 보여 주며, 극중 인물과 자기 내면 세계와의 정서적 교감을 통해 인물의 성격 표현을 합니다.

그런데 배역에 몰두한 배우들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그래서 배우들 개개인의 연기를 객관적인 눈으로 평가하고, 훈련시키는 연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인간 역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살아가게 됩니다. 아들과 딸의 역할에서부터 학생, 친구, 직장인, 나중에는 부모, 스승의 역할로 쉴새없이 변신해 가면서 살아갑니다.

자기 인생의 여러 배역을 객관적인 눈으로 평가하고 훈련하는 연출가의 역할을 제대로 할 때, 그 사람의 인생은 점점 성숙해 나갈 것입니다.

셋째, 인생의 갈등을 조정한다.

무대에서 빛을 받는 배우의 뒤에는 기획, 홍보, 무대감독, 장치, 조명, 의상, 음향, 소품, 장신구, 분장, 음악, 무용 등 각자의 전문성을 가진 스탭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작품 전체의 흐름보다는 자신의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수많은 기술자와 예술가들의 의견을 조정하고 통합해 나가는 사령탑이 바로 연출입니다.

저마다 자신이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예술가들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가면서 일을 진행하려면, 연출은 그들보다 특출한 능력을 가지지 않으면 안되고 남의 능력을 뽑아 내는 기법에 대해 능숙해야 합니다.

따라서 연출에게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그들이 이해하도록 설명하는 설득력과 인력, 기술, 장비, 시설 등 배우와 스탭들의 능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또한 연습 중에는 공연에 대한 긴장이 누적되고, 모두들 자신의 예술적 능력과 평가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대인 관계의 혼란으로 인한 애증이 교차되고, 육체적 피로로 인한 심리적 불안 상태가 점점 심해집니다.

불평 불만의 말들이 오고가기도 하고, 연출의 지시에 대해 반대하기도 하고, 무표정한 냉소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험담, 의도적인 태만, 적의에 찬 시선 등이 연습장의 분위기를 해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때로는 심리적 압박감에 의한 병이나 육체적 사고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모든 고비를 넘어 공연을 앞두면 모든 참가자가 초긴장 상태에 이릅니다.

이런 심리상태에 쌓인 무리들을 이끌고 몇 달간의 연습과 공연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연출의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그런데 연출 또한 공연이 다가 올수록 과도한 심리적 흥분 상태에 있게 되기 때문에 감정의 표출이 과격해집니다. 이성적이고 부드러운 성격의 연출가도 때로는 고함, 폭언, 욕설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이 모든 난관을 끌고 가는 힘은 연출의 예술적 목표입니다. 연출은 오로지 작품에 대한 자신의 목표를 되새겨 가면서, 자신의 창의성과 예술적 영감이 성공하기를 빌며 하루하루 불안한 행군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인생 역시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주변에 있는 가족, 친척, 친지, 스승, 선배, 후배, 동료 등 수많은 인간들과의 갈등과 충돌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 중에 나만을 위해 주고 내 뜻대로 움직여 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마다 자신의 삶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그 틈새에서 벌어지는 스트레스나 마찰은 누구나 겪어야 하는 삶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인생의 꿈을 현실화하는 데에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누구나 사람들과 좋은 관계 속에서 서로의 능력을 교류하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합니다.

때로는 연인처럼 주변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어야 하고, 때로는 폭군처럼 몰아쳐야 되고, 때로는 재판관처럼 냉혹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추진해야 하며, 일이 잘못 풀려 나갈 때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외로운 사색에 잠겨야 합니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 갈수록 자신의 스트레스는 혼자 해결하고, 남들을 보살펴야 하는 무거운 책무가 두 어깨에 지어집니다.

이때 자신의 인생을 연출적 입장에서 끌고 가려면 사람과의 친화력이나 카리스마와 같은 여러 능력을 발휘해야 하고, 강철같은 의지력과 무사와 같은 투지로 여러 역경을 헤쳐 나가야 자신이 계획한 인생의 꿈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습니다.

넷째,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책임진다.

마지막으로 막이 열리고 작품이 관객과 만났을 때 연출가는 배심원 앞에 선 피고와 같은 입장이 됩니다. 관객들의 눈빛, 짤막하게 내 뱉는 감상평, 평론가나 기자들의 논평 등등이 예사롭지 않게 그의 귀를 파고 듭니다.

공연이 성공하면 그 동안 쌓인 모든 불만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서로 껴안고 술을 마시고, 치하의 말들과 존경과 사랑의 눈빛이 오고 가고, 공연이 일찍 끝나게 됨을 아쉬워하고, 다음에 다시 만나서 함께 일하기를 다짐합니다.

그러나 공연이 관객이나 평론가들의 무관심과 혹평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되면 모두들 힘겨운 공연이 어서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차가운 눈빛과 의례적인 치사, 겉돌고 맥 빠진 대화, 공연의 실패에 대한 서로간의 책임 전가, 그 동안 쌓인 불만의 과격한 표출로 이어집니다.

이때 공연 실패의 제일 큰 책임은 연출에게 돌아가는 게 일반적 경향입니다. 반대로 성공의 공은 저마다 제 몫을 나누기 싫어하기 때문에, 배우들과 여러 스탭들의 공을 빼고 나면 연출에게 돌아오는 몫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기준은 저마다 다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을 만나기를 원하고 그의 인생에 대해 존경의 말을 건네는 경우와, 아무도 만나기를 원하지 않고 그의 인생에 대해 비웃음의 말이 오고 가는 경우는 정반대의 결과를 안겨 줄 것입니다.

성공적인 인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객관적이고 폭 넓은 시야로 자신의 인생 계획을 분석하고 수정하며,
다양한 인생 배역을 소화해 내기 위해 엄격하고 치열한 연습과 훈련을 자신에게 요구하며,
자기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을 조화롭게 처리해 내며,
삶의 목표를 분명히 세워서 신념과 의지로 난관을 헤쳐 나가는,
“인생의 연출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2011-02-09    © kookm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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