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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이첵’ 키워드 읽기

올소맨 2009. 5. 23. 05:15

알면 알수록 작품이 보인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이 오는 5월 24일까지 아르코시티극장에서 공연된다. 아르코시티극장은 예술성을 인정받은 작품 및 실험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들을 선정, 연극은 물론 무용, 음악, 전통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이 중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은 아르코시티극장 프리오픈 기념공연으로 선정돼 관객들과 만난다.

만약 사전에 공부가 필요한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이는 바로 ‘보이첵’에게 해당되는 말일 듯싶다. 연극 ‘보이첵’은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그 재미 또한 배가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작정 공연장에 들려 이 작품을 몸으로 부딪혀보는 것, 공연장 문을 나서며 머리 위에 뜬 물음표를 고이 간직하는 것 연극 ‘보이첵’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키워드 1. 원작자 게오르그 뷔히너(Georg Buchner)

‘보이첵(woyzeck)’의 원작자 게오르그 뷔히너는 1813년부터 1837년까지 살았던 독일의 극작가다. 게오르그 뷔히너는 외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슈트라스부르크 대학과 기센대학에서 의학, 철학, 역사학을 배웠다. 생전에는 희곡 ‘당통의 죽음’만이 출판되었으나 20세기 들어 뷔히너의 다양한 작품들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현재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그의 희곡이 공연되고 있다. 뷔히너의 희곡은 냉철한 사실주의와 섬뜩한 비전, 리드미컬한 극작법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는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를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먼저 다룬 극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뷔히너의 작품으로는 ‘당통의 죽음’ 외에도 희곡 ‘레옹세와 레나’ ‘보이첵’, 단편 ‘렌츠’ 등이 있다.

키워드 2. 뷔히너의 미완성 희곡 ‘보이첵’

희곡 ‘보이첵’은 게오르그 뷔히너가 당시 독일에서 일어났던 실제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집필 중이던 작품이다. 1821년, 41세의 한 이발사가 5세 연상인 애인을 칼로 찔러 죽인 뒤 약 3년 만에 라이프치히 장터에서 공개 처형된 사건이 발생했다. 뷔히너는 이 사건을 극화 시켜 희곡 ‘보이첵’을 집필, 사회 부조리에 짓밟힌 소시민의 비극을 그렸다. 뷔히너의 유작인 ‘보이첵’은 무대공연사상 처음으로 프롤레타리아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세 가지 자필 미완성본으로 전해지며, 가장 오래된 판본은 1936년에 쓰인 것이다. 이 자필본은 뷔히너 사망 후 유고 속에 묻혀 있다가 오스트리아의 작가 프란초스(Karl Emil Franzos)에 의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키워드 3. ‘보이첵’ 줄거리 읽기(스포일러 포함)

이름 ‘프레드리히 요한 프란츠 보이첵’. 그는 육군 일등병 제2연대 2대대 4중대 소총수다. ‘보이첵’은 군대에서 상사의 면도나 해주는 하급 군인임과 동시에 돈벌이를 위해 의사의 실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가난한 인간이다. 의사는 ‘보이첵’에게 매일 완두콩만 먹이는가 하면, 소변량이나 감정의 상태를 점검하기도 한다. 한편, ‘보이첵’에게는 사랑하는 여인 ‘마리’가 있었다. 하지만 가난하기에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는, 시키는 대로 밖에 할 수 없는, 삶의 희망도 가질 수 없는 나약한 인간 ‘보이첵’. 연극 ‘보이첵’은 그가 사랑하는 여인 ‘마리’를 죽이기까지의 이야기와 그의 우울한 인생을 추적하는 비극이다.


키워드 4.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은 11명의 배우와 11개의 의자로 진행되는 신체극이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는 게오르브 뷔히너의 초기 표현주의적 희곡을 ‘신체극’이라는 새로운 독창성으로 재구성했다. 조명과 함께 무대에 등장하는 낡은 목재 의자. 의자는 작품 속에서 ‘보이첵’의 불완전한 심리와 그를 억압하는, 혹은 대항할 수 없는 권력 등 다양한 오브제로 작용된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은 기존의 연극적 틀을 깨는 독창적인 작업 방식과 해석을 통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신체극의 진보된 무대언어를 선보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키워드 5. 한국판 ‘보이첵’은 얼마나 유명할까요?

연극 ‘보이첵’은 한결같이 ‘신체언어연극’을 고집해 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09년 새로 개관한 아르코시티극장 개관작으로 초청돼 오는 5월 24일까지 공연된다. 2001년 초연 이후 8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더욱 완성도를 높인 연극 ‘보이첵’은 그간 국내와 해외 관객들에게 큰 호평을 받아왔던 수작이다. 특히 이 작품은 2007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별 다섯 평점에 객석점유율 1위를 차지, 그 후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는 그동안 ‘점프’ ‘사랑하면 춤을 춰라’와 같은 넌버벌 작품들만 주목을 받았던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연극 장르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연극 ‘보이첵은’ 헤럴드엔젤어워즈, 토털씨어터 베스트피지컬씨어터 상을 수상했으며, 영국 BBC 방송 선정 올해의 에든버러 톱 텐에도 뽑힌 바 있다. 이후 이 작품은 2008년 영국 런던국제마임페스티벌, 대만, 북경, 모스크바 등에 초청되었으며, 올해 역시 아시아투어 및 호주, 유럽 등 각국의 예술감독과 공연기획자들의 초청 프러포즈를 받고 있다.

키워드 6. 연극 ‘보이첵’ 누가 보면 좋을까요?

연극 ‘보이첵’은 언어가 없는 신체극이다. 따라서 주인공 ‘보이첵’이 여인 ‘마리’를 살해하기까지의 줄거리와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심리변화가 오직 ‘몸짓’으로 전달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11개의 의자와 함께 표현되는 배우들의 일사불란한 동작은 공연 내내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장치로 활용된다. 따라서 이 작품은 공연예술의 고정화된 장르성에 한계를 느끼고 있던 관객들에게 더욱 좋을 듯싶다. 특히 “‘연극’ 혹은 ‘무용’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연극 ‘보이첵’을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