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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평] 발레리나, 비보잉의 세계로

올소맨 2009. 5. 7. 02:16

 

“옛날 어느 마을의 아름다운 무용실, 조용히 발레를 연습하던 발레리나들은 길거리 위에서 시끄럽게 음악을 틀고 춤추고 있는 비보이들을 보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시끄럽고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비보잉을 잘하는 그에게 첫눈에 반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비보이(영민)를 사랑하게 된 발레리나(은혜)는 자신이 오래도록 좋아했던 발레마저 포기한 채 그들과 함께 비보잉을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 순수, 전통의 상징 ‘발레’와 열정, 현대의 상징 ‘비보잉’이 만나다
매력적이다. 고고하고 아름다운 춤을 추는 발레리나와 재기발랄하고 자유로운 춤을 추는 비보이의 만남이라니. 언뜻 보기에는 ‘잘못된 만남’일수 있는 이 둘의 만남은 관객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소재로 충분했다. 이들의 춤은 음악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관현악이 어우러진 고풍스러운 클래식과 강한 비트에 랩이 어우러진 힙합음악이 한 무대 위에 울려 퍼진다. 이것은 짜릿한 쾌감이다. 발레가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있지만 조금은 갑갑한 전통적인 이미지라면 비보잉은 우리가 가진 모든 속박에서 풀려날 수 있도록 하는 열정이며 다소 현대적인 이미지이다. 다소 줄거리에 있어 이들 간의 만남과 화합이 매끄럽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이 둘의 만남은 춤을 처음 접하거나 단순히 동경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던 관객에게 충분히 즐거운 눈요기가 된다.

- 무대뿐만 아니라 객석에도 자유를!
“여러분, 공연장에 들어오시면 핸드폰의 전원을 모두 끄셨죠? 저희 공연에서는 켜두시고 공연 중에 전화하셔도 됩니다!”
공연장에서 마음껏 통화를 한다?! 뿐만 아니라 마음껏 소리를 지르고 손을 머리 위로 휘저어도 되는 발칙한 공연. 비보이들의 자유로운 문화가 관객들을 위한 극장의 배려로 변모했다. 무대 위의 프리스타일이 객석에까지 자유를 주었다. 비보이들의 퍼포먼스에 열광하는 관객들은 흡사 콘서트 현장에 온 것같이 온 몸을 뒤흔들며 자유를 만끽했다. 무대 위의 그네들처럼 현란한 춤을 추지는 못할지라도 함께 숨 쉬고 함께 열광하는 한, 그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한순간 나눌 수 있게 한다.

- 퍼포먼스, 이벤트가 넘치는 공연장
발레리나뿐만 아니라 비보이들이 선사하는 온갖 퍼포먼스는 매우 훌륭했다. 한손으로 몸을 거꾸로 세워 프리즈(춤을 추다가 역동적인 자세로 일시정지를 하는 동작)를 연속으로 하는가 하면, 헬멧을 쓰고 본격적으로 헤드 스핀(머리를 땅에 대고 뱅글뱅글 회전하는 동작)을 하기도 했다. 몇몇끼리 짝을 이루어 다운록(현란한 발동작으로 플로어를 누비는 동작)을 딱 맞추어 끝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막간을 이용해 펼쳐지는 발레리나들의 디베르티스망(발레 속에 삽입되는 짧은 볼거리 춤)도 볼만하다. 공연이 모두 끝난 뒤, 출연진과 함께 하는 포토타임은 단연 아이들과 외국인에게 인기이다.
재기발랄한 비보이와 수줍은 발레리나의 설렘 가득한 사랑이 퍼포먼스를 통해 무대 위를 가득 메운 공연, 오래도록 관객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을 공연, ‘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