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남자

골 넣은 정성룡, 에이스 이근호 코트디부아르전에서 빛났다.

올소맨 2008. 7. 28. 04:11

골을 넣은 골키퍼나, 골을 먹은 골키퍼나 모두 웃고 말았다.

골 넣은 정성룡은 어이없다는 듯 실소했고, 코트디부아르 골키퍼 앙방은 쑥스러운 듯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이 열린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전반 41분 올림픽 대표팀 골키퍼 정성룡이 페널티박스를 벗어나면서 코트디부아르 문전을 향해 길게 골킥했다. 골문을 향한 정성룡의 킥은 코트디부아르 최종 수비수 키를 훌쩍 넘겨 골박스 앞까지 나와 있던 골키퍼 앞에서 크게 바운드됐다.

수비수나 골키퍼나 낙하지점을 잘못 파악한 상황에서 볼은 골키퍼 앙방의 키를 훌쩍 넘겨 골문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상황에 관중석에선 폭소가 터졌고, 김진규, 강민수 등 한국 수비수들은 정성룡의 선제골에 환호했다. 이어 골 세리머니를 요구했으나 준비된 골 세리머니가 있을 리 없는 정성룡은 멋쩍은 듯 합장하며 세리머니를 대신했다.

골키퍼가 경기장에서 골 넣는 경우는 간혹 있다. 파라과이의 칠라베르트는 프리킥을 전담하는 골넣는 골키퍼로 유명하고, 국내에서도 김병지(FC서울)가 98년 10월24일 K리그 플레이오프 당시 울산 현대 소속으로 포항전에서 헤디드 골을 기록해 골넣는 골키퍼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칠라베르트나 김병지 모두 골을 넣기 위해 공격에 가담해 골을 넣었고, 정성룡처럼 골킥이 골로 연결된 경우는 A매치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어서 그라운드는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무엇보다 이번 경기를 통해 박주영과 함께 투톱으로 출격한 이근호는 전임 감독 핌 베어벡 시절을 비롯해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 출범 이후 다른 선수보다 빛나는 눈부신 활약으로 한국 공격을 살리며 자신의 가치를 빛냈다.

이근호는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전에서 후반 17분 김동진의 크로스를 감각적인 힐킥으로 받아 넣으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16일 과테말라전에 이어 2경기 연속 결승골을 기록, 올림픽 대표팀 킬러로서의 명성을 떨쳐냈다.

이날 박주영과 이근호의 활약은 한국 공격에 있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기 내내 활발한 움직임으로 팀 공격을 주도하며 코트디부아르 수비진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골을 넣은 것은 물론, 전반 35분에는 2선에서 받은 패스를 박주영에게 연결하는 멋진 페인트 동작으로 상대를 따돌리는 멋진 장면까지 연출했다.

후반 38분에는 날카로운 왼쪽 침투로 상대팀 수비망을 뚫으며 폭발적인 공격력을 발휘했다. 이근호는 다음달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하는 올림픽 본선에서 자신의 별명인 ´거성´처럼 한국의 메달 진입을 위해 최전방에서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