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화가 나서 그랬습니다. 진짜 죽이려고 한 게 아니라 사고였습니다"
피자 배달부인 엘비스(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는 여자친구 맬러리(펠 제임스)의 손을 잡고 얼마 전 자신이 죽인 시체를 버렸던 습지에서 참회의 기도를 올린다.
눈물이 떨어질 듯 충혈된 엘비스의 눈을 쳐다보는 맬러리의 시선은 한결 편안해 보인다. 살인을 저질렀지만 진심으로 참회하고 주님의 곁으로 돌아왔으니 이제 엘비스는 용서를 받았을 테고 죽은 자는 편히 잠들면 되는 것.
맬러리는 다시 눈을 감고 기도한다. "죽은 이가 평화롭게 주님의 나라에 갔을 걸 믿습니다"
맬러리의 바람대로 엘비스는 어쩌면 신에게서 용서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신은 한없이 자비로우신 분이며 엘비스는 자신의 죄를 반성하고 있으므로.
하지만 상황은 좀 더 복잡하다. 아직 맬러리는 모르고 있지만 사실 엘비스는 맬러리의 배다른 동생이며 그가 죽인 사람은 맬러리의 오빠이자 자신의 동생인 폴(폴 도노)이다.
영화 '더 킹'이 던지는 질문과 그 질문을 던지는 태도는 직설적이고 도발적이다.
신이란 정말 존재하는 것인가, 종교는 단지 용서를 받기 위한 도구일 뿐인가, 신이 용서할 수 있는 잘못은 어디까지인가.
영국 출신 신인 감독 제임스 마시가 던져주는 답변은 다분히 회의적이다. 이후 몇 차례 살인을 더 저지른 엘비스는 끝까지 종교에 의지하는 아버지에게 "당신의 신에게 해결하라고 해보시지"라며 빈정댄다.
엘비스는 이제 폴의 자리를 대신 차지할 속셈이다. `젊은 날 한 때의 실수'로 자신이 태어나게 한 아버지의 가정에 들어가 '진짜' 아들이 되는 것이다.
사실 해군에서 제대한 엘비스는 자신의 친아버지 데이비드(윌리엄 허트)에게 외면을 당했던 터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아버지가 태어나 처음 보는 아들인 엘비스에게 들려준 말은 "도대체 원하는 게 뭐냐"는 차가운 반응이었다.
지금 데이비드에게 소중한 것은 새로 꾸린 가정과 종교 생활, 그리고 취미로 하는 사냥 정도일 뿐 젊은 날 한 때의 방탕함이 낳은 실수인 엘비스일 리 없다. 과거의 방탕한 생활은 이미 아주 오래 전 회개를 통해 용서를 받고 끝이 난 일일 뿐이다.
감독은 직설적인 질문과 함께 신에 대해 비관적인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내비치지만 소재와 주장 자체가 워낙 도발적이어서 감독의 견해가 관객들에게 강요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감독은 관객과 등장인물을 일정거리 떨어뜨려 놓은 채 잔잔하게 줄거리를 풀어가며 관객들에게 차분히 신과 종교에 대해 돌아보는 기회를 준다.
'이 투 마마',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젊은 배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과 '거미여인의 키스'의 노장 윌리엄 허트 역시 무거운 주제를 진정성 있는 연기로 소화했다.
2005년 칸 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시선'에서 평론가들의 `주목'과 찬사를 받았지만 한국에는 5일 뒤늦게 개봉한다. 18세 이상 관람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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