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좋은글

우격다짐

올소맨 2008. 4. 29. 09:01

새벽에 일어나
곰곰히 생각해 보았었다
뭐 해 놓은 게 있다고
이렇듯,나이를 먹나.
그래도 밖을 나서면
몇년씩을 서른 아홉이라고 우기고는
나는 뒤돌아서서 비시시 웃고 마는데
아님 말고,하고는 말야

일땜에 대구를 내려와
얼굴이라도 보고서 올라간다는
친구를 모처럼 만나
상쾌한 기분으로
전라도 아지매가 차려주는
옻닭으로 점심을 대신하면서
잠시잠시 세월을 거꾸로 세워 보았다

그속에서
잠깐씩 등장하는 나를 보고
친구들을 기억해 내었다
울엄니가 만들어 주었던 묵은 김치맛
그 맛속에서도
잠깐씩 내가 나오고...또 친구도 나오고
비껴진 세월들이 잠시 보였었는데
휴...뭘 해놓은 건지
자꾸 뒷통수가 가렵다

헉헉대며 새싹 움트는 나목을보러
달려가는 나는,
분명 서른 아홉이 아닌데도
난,
곧장 서른 아홉이라 우겼다
그리고 또 비시시 웃고만다

삶의 곁에선
언제나 따뜻하기만 했던
내 친구가
어느새 세월의 무게를 버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쨔식...나 처럼 아홉이라 안카고...
가을이 아니라 그래도 천만 다행이다
낙엽보면  쬐끔 더 서글프지시픈데...

한양으로 가는 친구를 뒤로하며
내가 나이 먹어 무엇을 한다는 것은
내가,
나를 딛고  일어서는 길 뿐...
이라는걸 살며시 끄집어내며
이토록이 나이 먹어서도  
아직까지 버리지 못하는
숨겨둔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필경,
버리지 못한 이내 몸을
버리는 일만 남은 듯한데?....<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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