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직업·마케팅

기업 성공 좌우하는 감성경영

올소맨 2008. 3. 3. 23:36

 

우리는 은행계좌를 만들어 저축을 하고 비상시에 필요에 맞게 인출할 수 있도록 항상 잔고를 남겨 둔다. 은행계좌에 잔고가 많으면 우리는 부자가 되고, 반대로 잔고가 부족하면 부도가 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으로 유명한 스티븐 코비 박사는 사람간의 관계에도 금용거래와 비슷한 거래관계가 형성되어 있는데 그것을 감정계좌(Emotional Bank Account)로 정의했다. 감정계좌란 인간관계에서 만들어지는 사랑과 신뢰의 양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상대의 마음속에 쌓인 좋고 나쁜 감정의 축적물이다. 평소에 관계 형성을 잘 하여 감정계좌가 풍부한 사람은 조력자가 많아 인생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사람간의 관계를 은행계좌라는 금전적 개념으로 따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형제관계, 친구관계, 리더와 구성원간의 관계 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 적용해 보면 딱 들어맞는다. 오랜만에 별로 친하지도 않은 '마이너스' 잔고의 친구가 사무실로 찾아와 돈을 빌려 달라거나 혹은 필요도 없는 물건을 사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당연히 이 핑계 저 핑계 댈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오래도록 마음을 나눈 '플러스' 잔고의 친구가 부탁을 할 때는 어떻게 하는가. 돈을 떼일 작정을 하고라도 도와준다.

개인관계에 적용되는 감정계좌의 개념을 확장시켜 조직과 개인 간에도 적용할 수는 없을까. 구성원들로부터 높은 충성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회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플러스 잔고의 직원들을 많이 만들어 내면 된다. 회사에 위기가 닥쳐 개인의 희생이 요구될 때, 플러스 감정계좌의 직원들이 많은 회사는 쉽게 양보를 받아낼 수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는 외면당할 것이다.

개인 입장에서 보면, 사랑과 배려가 충만한 조직에서 리더로부터 인정받아 본 구성원은 다른 사회나 조직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상당한 플러스 계좌를 확보하고 있으며 또다른 플러스 계좌를 만들 수 있는 방법까지 터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너스 계좌가 많은 사람은 다른 회사에 가서도 재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만약, 새로운 조직에서도 자신을 도와줄 플러스 계좌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경우 환경을 점차 부정적으로 보게 된다. 사회와 조직으로부터 계속적으로 거부될 때 이들은 가끔씩 극단적인 행동도 취하게 된다.

최근 들어 퇴직 임직원들의 핵심기술 유출, 비자금 고발 등 평범한 직장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빈번히 보도되고 있다. 그 이면에는 회사에 대한 퇴직자들의 마이너스 감정계좌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고 지나칠 경우 일부 기업은 변화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노동부가 기업에 지원하는 장려금 중에 전직지원장려금이라는 것이 있다. 이 지원금은 기업 구조조정시 비자발적 퇴직자의 전직을 돕는 기업에게 제공되는 것으로, 기업이 지출한 전체 비용의 4분의 3(1인당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한다. 문제는 전국적으로 장려금을 신청하는 기업의 수가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는 것이다. 제도를 알려줘도 '있을 때 월급 줬으면 됐지 나가는 사람까지 챙겨야 하는가?' 정도로 반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1세기는 감성의 세기라고 한다. 강한 것이 유연한 것을 이기지 못하고, 제품의 내구성보다는 디자인이 강조되고, 완벽한 리더보다는 뭔가 빈틈이 있지만 배려와 따듯함이 있는 리더가 성공할 것이라고 한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의 깊이가 자녀의 성공은 물론 집안의 성공을 가져오듯이, 회사와 구성원간의 사랑과 신뢰의 깊이가 퇴직 후의 회사에 대한 애착도와 친근감에 두고 두고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조직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또 하나는 재직시에 관계가 좋았다고 하더라도 퇴직하는 과정에서 급격히 관계가 악화될 수도 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이었다 하더라도 퇴직과정에서 이에 대한 충분한 설득과정이 생략된다거나 마음이 제대로 어루만져지지 않는다면, 어느 조직이든 미래에 큰 충격을 가져올 뇌관을 품고 가는 격이다. 전직지원 장려금을 활용하여 퇴직자의 전직이나 창업을 적극적으로 돕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기업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퇴직자들의 마음관리를 위해 새로운 관점에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훈태 울산종합고용지원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