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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로 풀어보는 브랜드

올소맨 2008. 2. 29. 11:13

 

드라마의 소비자 역전 시대

 

"나이를 먹었는 지 요즘은 드라마 보는 재미가 참 좋더라~"

 

친구 녀석이 저녁을 먹자마자 예전과 달리

2차 없이 집으로 직행하는 녀석의 뒤로

"네 놈도 이제 늙어서 그래" 라고 핀잔을 주었다.

 

남자가 나이를 먹으면 집으로의 귀가시간이 빨라지면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간섭과 잔소리가 심해지고

TV 앞에 앉아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리게 된다고 한다.

 

남자가 무슨 드라마를 보냐는 아내의 핀잔에도

리모컨을 사수하며 보고 싶은 드라마에 몰입하는 것으로

말 대꾸를 대신하는 많은 중년 남성들의 뒷 모습에 괜히 슬퍼진다.

 

연산군이냐 정조냐

 

드라마에 남성들이 몰리자 사극은 드라마의 성공 쟝르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방송사에서는 앞 다투어 사극을 제작 편성하고 있다.

 

요즘도 매주 월화 저녁 황금시간 대 드라마는

연산군 시대 내시들의 모습을 극화한 왕과 나와

조선 후기 대표적인 왕으로 평가 받는 정조의 일대기를 그린

이산이라는 드라마가 똑같은 시간 대에 경쟁을 하고 있다.

 

이들 드라마가 방영 초기에는 시청률이 엎치락 뒤치락 하더니

이제는 이산이라는 드라마가 시청률에서 앞선 모양이다.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왕과 나는 누구인가?

 

왕과 나 라는 제목만을 보면 어디서 많이 들은 듯 한 친숙함이 묻어난다.

그렇다. 연산군과 광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왕의 남자가 떠오른다.

소재도 연산군과 광대에서 연산군과 내시의 관계로 바뀐 것 뿐이다.

거기에 왕의 남자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묘한 호기심과는 달리

왕과 나에서는 '나' 라는 인칭대명사가 모호하고 밋밋하다.

구체적인 호기심과 연상을 줄 수 없는 제목 구조이다.

그런 면에서 내시라는 소재가 강하게 어필하는 네이밍 이었다면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더욱 갖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다 보니 제목 처럼 왕과 내시가 동시에 주인공 행세를 한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왕의 여자를 사이에 둔 삼각관계를

은근히 기대했는데 그 기대는 무산되고 왕과 왕비 그리고 그의 아들

연산군을 빙빙도는 내시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스토리가 분산되고 모호해지면서 집중력은 상실되고

드라마에 대한 흥미가 반감되어 시청률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연산군과 내시라는 인물이 결합되어

잠깐은 주목도가 올라가고 화제가 될 수 있어

그나마 초반 시청률을 지탱해 오지 않았나 싶다.

 

한마디로 전략적인 실패이다.

전략은 집중이다.

욕심을 버리고 모든 자원을 핵심 부분에 집중해야 하는데

집중력이 떨어지니 이야기에 힘을 잃고 보는 시청자도 그 맛이 떨어지게 된다.

내시를 집중 조명하겠다고 했다면

차라리 "내시 처선" 하여 모든 이야기를 풀어냈어야 했다.  

 

 

이산

 

제목을 정조라고 했으면 별 호기심이 가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무거운 정통사극 이미지로 여성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도세자의 아들 이었다해도  별 무리는 없어보이지만

왕과 나와는 달리 정조의 아명인 이산을 제목으로 선택함으로써

집중적으로 정조의 스토리를 끌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집중력의 성공이다.

주몽이라는 드라마의 성공도 모든 이야기의 촛점을 주몽에 맞추고

그 주변 인물들은 주몽을 위해 존재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사극 치고는 보잘 것 없는 전쟁씬에도 불구하고 스토리가 살아 움직여

최고의 시청률을 만들어 낸 것과 비슷하다.

 

주몽과 마찬가지로 이산 또한 자신을 해치려는 악당과 맞서

역경을 딛고 승리해나가는 게임이론의 스토리 구성이

왕과 나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브랜드는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브랜드의 꿈은 브랜드 파워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브랜드 파워라는 것이

단기간에 감각적인 재치만으로 쌓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길게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반짝 아이디어로 깜짝 놀랄만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속에 녹아있는 평범한 공감의 장을

새롭게 해석하거나 연결시키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브랜드 파워라는 것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브랜드도 드라마다

 

 

스타헝그리 대표 박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