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향
1. 나 이제는 가야겠네, 그리운 고향으로
숨가쁜 낮, 쾌락의 밤 유혹하는 도시 뒤로 하고
나 긴장과 욕망의 옷을 습관처럼 갈아입고
뼈를 묻을 듯 맴도는 도시여, 창살없는 감옥이여
패자와 패자의 전설이 역사처럼 순환하며
풍요와 빈곤의 아우성을 끝없이 토해내는 곳
누구의 삶도, 영혼도 자유로울 수 없는
해질녘 배덕(背德)의 땅 너머로 떠오르는 고향이여..
2. 동틀녘 숲과 새들 어우러져 지친 몸 일으켜 줄
신들의 나라보다 위대한 진정코 살아있는 곳
부모 형제 지킨 고향에 나 돌아가는 날
유성으로 사라진 내 별도 고향 하늘 찾겠지, 유성으로 사라진 내 별도 고향 하늘 찾겠지.............
1970년대 중반
통기타 가수모임, '참새를 태운 잠수함'의 주전 가수로 대중음악을 시작한 후
한국 여인의 한(恨)이 담긴 작품 '물레'를 선보인 작곡가로서
통기타에 '혼'(魂)을 담아 내며, 우리의 맥을 지켜 나가는 이 시대의 가인 곽성삼.
'80년 첫 작품집 "길"에서 '귀향', '소생' 등의 노래를 통해
맑은 영혼의 소리를 담아내어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던 그는
어느날, 음악에 대한 고뇌 속에 홀연히 음악계를 떠났다.
가수가 노래를 하지 못할 때의 처절함은 당사자가 아니고선 결코 알수 없는 고통이다.
곽성삼은 절박한 현실에 순응키 위해
주유원, 경비원, 보일러공, 외판원 등의 각종 직업을 전전하면서도
결코 음악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생명력을 지켜왔는데
그 생명력의 원천은 그가 갖고 있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자 삶의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쉰 목소리로 부르는 그의 노래에선 슬픔이 묻어나는듯 하면서도
가사를 따라 듣다보면 절로 흥이 느껴진다.
찬송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국악적인 가요들,
언더그라운드에선 이미 탁월한 아티스트로 인정받는 곽성삼의 음악을 감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