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up 스킬

멀리건(Mulligan) 이야기

올소맨 2008. 2. 28. 02:18

멀리건(Mulligan) 이야기

 

 

"골프 가방은 내려놓게. 이리 와서 앉게나, 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자네는 왜 골프를 치는가?"

"좋은 질문이네요. 즐거움을 위해서 치는 것 같아요. 선생님."

 

"그러지, 폴. 그래, 어제 경기는 재미있었나?"

"이제 보니 전혀 그러지 못했군요."

 

"그래? 왜 그랬지?"

"형편없는 플레이에 성적까지 바닥이었으니까요. 전혀 즐겁지 않았어요."

 

"자네가 즐겁기 위해 골프를 치는 거라면, 모든 게임은 예외 없이 즐거워야 하네. 나는 골프 코스나 게임이 맘에 들지 않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

 골프는 언제나 너무나 멋진 일이었어." 올드 프로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게임이 정말 안 풀리는 날도 분명 있었을 텐데요?"

 

"물론이지. 그렇지만 단 하루도 내 가치가 점수에 의해 좌우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네. 좋지 않은 날이 있더라도 그냥 웃어 넘기고 오히려 배울 점을 찾으려

 했지. 절대 그런 이유로 내 자신에 대해 실망하거나 하지는 않았네."

 

"골프를 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나?"

 

"함께 플레이하면서 쌓는 동지애나 우정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럼 어제 함께 경기를 했던 다른 세 명의 파트너에 대해서 무얼 알게 됐지?"

"무슨 말씀이신지‥‥‥."

"그들의 삶이나 가족, 관심사에 대해서 아는 바가 있느냐는 말일세."

"아뇨, 아는 게 없습니다."

 

"그래? 왜?"

"제 자신에게만 너무 신경 쓰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군. 인간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 아닌가?"

"정말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하시는군요. 게임을 통해 즐거움도 얻고 동지애도

 느껴보려고 했지만 어제는 그 두 가지 모두 실패했죠.

 제가 스스로 말한 걸 실천하지 못했어요. 그렇죠?"

 

"골프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나?"

"이 말도 역시 문제가 될 것 같은데요. 골프장의 아름다움을 좋아해요.

 골프장이 없으면 대부분의 도시들은 시멘트 더미일 뿐이죠."

 

"그럼 어제 경기를 했던 골프장은 어땠나?

 어떤 종의 나무가 가장 많던가? 어떤 새를 보았지?"

 

"또 할말이 없게 만드시는군요. 그 어느 것도 보지 못했어요.

 제 자신에게만 정신을 쏟고 있었거든요."

 

"자네가 즐거움을 느끼고, 동료들과 우정을 쌓고,

 주변 경치의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하게 방해한 것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글쎄요. 솔직히 말하면, 데이비스 러브 3세와 팀 동료들 앞에서 너무나

 엉망으로 플레이를 한 것에 신경 쓰느라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였고,

 그 점이 어떤 것도 즐길 수 없게 만든 거 같아요."

 

"자네가 골프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네.

 걱정은... 자네가 골프를「이기기 위한 게임」으로 여기는 것 같다는 점일세."

 

"좋은 성적을 내고 최고가 되고 싶은 게 나쁜 건가요?"

 

"그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먼저 하나 묻겠네. 자네는 자네 인생이나 골프의

성공을 어떻게 측정하나? 자네는 자기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어디에서 얻나?

어떤 기준으로 채점을 하지?"

 

"제가 내는 성과, 다른 사람들의 평가로부터 얻는 것 같은데요.

제가 일을 잘하거나 골프를 잘 쳐서 사람들이 저를 인정해 주면,

그럴 때 자신에 대해 만족하죠."

 

"그거 재미있군. 그럼 질문을 몇 가지 더 해보겠네.

 일이나 골프에서 자네는 항상 좋은 성과를 내나?"

 

"물론 그렇지는 않아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지요. 어제 같은 경우가 아주 나쁜 날이었고요."

 

"그러면 자네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어쩌다가 나쁜날을 맞이하거나, 아니면 나쁜 달, 나쁜 분기를 맞게 된다면,

 자네의 가치 역시 정기적으로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말이겠군."

올드 프로는 장난스럽게 눈을 반짝이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렇죠. 성적표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혼자서 승자처럼 느낀다는 건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지금까지는 어땠나? 자신의 가치에 대한 믿음이 다른 사람의 의견에

 좌지우지되는 것 말일세. 항상 다른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던가?

 그들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길 수가 있던가? 자네가 한 말을 볼 때,

 지금껏 자신의 가치를 허공에 놓아 두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시나요?"

 

"알다마다. 골프와 인생에서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이제부터 자기의 가치를

 성과나 남들의 평가에 따라 흔들리게 놔둬서는 안되네.

 그동안 나는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치면서 자신을 못살게 구는 모습을

 보았다네. 삶에서도 그런 식으로 자신을 못살게 굴겠지.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필요가 없다네.

 이미 자신에게 충분히 그렇게 하고 있으니 말이지.

 그래서 나는 누군가를 돕기에 앞서

 스코어가 골프 게임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니며,

 성과와 남들의 평가가 인생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먼저 확실히 깨닫게 하네."

 

"그러니까 제가 골프에서 이기는 것에만 집착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는

 것에만 신경 쓴다면 골프의 다른 면을 즐길 수 없게 된다는 것이군요.

 골프 자체를 즐기고 파트너들과 친해지고 주위 환경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오히려 긴장하지 않고 더 좋은 실력을 발휘하게 될 테고요."

 

"바로 그거라네." 올드 프로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