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엄한 척하는 사대부의 허위를 꼬집는 영화 <음란서생>. 흥미로운 점은 사헌부 문장가와 의금부 도사가 각각 음란소설 작가와 춘화 작가로 암약하는 이 유쾌한 영화의 배경이 실제로 유서 깊은 양반가의 고택이라는 점이다. 영화 <음란서생>을 따라 아름다운 고택 속으로 빠져보자. |
# 궁궐 장면, 강릉 선교장 활래정 윤서(한석규 분)에게 반한 정빈(김민정 분)이 그를 궁궐로 초대해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장면. 두 사람의 대화 중 갑자기 정빈의 어깨 위로 날아든 벌을 윤서가 쫓아 보낸다.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윤서를 바라보는 정빈, 두 사람의 눈길이 잠시 마주친다. 살풋 미소를 짓는 정빈. |
강릉시 선교장의 ‘활래정(活來亭)에서 촬영됐다. 선교장은 조선 후기 이내번(1703~1781년)이 지은 99칸 집으로, 영동지방의 대표 상류 주택. 활래정은 정자의 절반만 연못에 떠 있는 연화부수(蓮花浮水)의 형태를 갖춘 개방형 풍류 공간으로, 조선의 수많은 묵객이 이곳에 머무르며 시와 서화를 남겼다. 건물 외벽이 전부 창호로 구성돼 연꽃과 주변의 소나무와 함께 여름을 보낼 수 있는 별당 건축물. 영화에서는 정자의 내부만 보이는데, 연잎이 솟아오르는 봄이 되면 연못 속에 네 발(석조 기둥)을 담그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선교장 안쪽으로는 동별당과 서별당, 행랑채인 ‘열화당’이 있다. 열화당은 이국적인 햇빛가리개용 처마가 눈길을 끄는데, 조선 말 이곳에 머물렀던 러시아 공사관이 감사의 표시로 러시아산 목재를 사용해 만들었다. 행랑채 옆 전통문화체험장에서는 공예품 만들기를 배울 수 있다. 동별당은 최근 드라마 <궁>에서 윤은혜와 주지훈의 두 번째 합방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Information 강릉시내에서 속초·주문진 방면. 강릉대학교 지나 경포대 가기 전 | 09:00 ~18:00 | 주차가능 | 입장료 2000원 |
# 원고 마감 장면, 경북 경주 양동마을 황가(오달수 분) : 아니, 얼굴이 어째 이리 상하셨수? 윤서 : 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오만하고 교만했네. 설핏 읽다 보니 나도 할 만하겠다 싶어 덤빈 일인데. 아무래도 난 그쪽에 소질이 없는 듯하이. 황가 : 그렇다면, 안 썼다는 얘긴데! 보자, 이날 업자들한테 주기로 했는데, 베껴쓰고 하려면 오늘까진 나와야 되는데. 이거 약속 못 지키겠는데. 그건 심히 곤란하고 복잡한 문젠데? 원고 마감 시간에 소설을 내놓으라며 채근하는 황가와 쩔쩔 매는 윤서. 두 사람이 <흑곡비화>라는 음란소설을 넘기고 받는 이 은밀한 장소 또한 영남의 4대 길지 중 한 곳인 경주의 양동마을이다. 양동 마을은 마을 곳곳에 국보와 보물 등 많은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어 마을 전체가 문화재(중요민속자료 제189호)로 지정된 곳이다. 마을 뒤편 설창산의 봉우리 아래, 고가옥과 초가집이 우거진 숲과 함께 펼쳐져 있다. 처마에 마른 옥수수와 메주가 걸려 있는 영화 속 장면은 회재 이언적(1491~1553년)이 살았던 ‘향단’(보물 제 412호)이라는 집의 안채 난관이다. 조선의 건축물로는 드물게 2층 구조이며, 옥산서원 인근의 독락당과 함께 건축가의 사랑을 받는 가옥이다. 이 집 또한 <취화선> <혈의 누> 등 사극 영화에 단골로 등장했다. Information 경주에서 포항 방면 국도를 따라가다, 포항과 안강 갈림길에서 안강으로 들어가면 양동마을이라는 푯말이 보인다. |
# 은밀한 회동 장면, 경북 봉화 청암정
음란소설 작가를 자청한 윤서는 자신의 첫 번째 작품 <흑곡비화>가 암시장에 깔리고 난 다음 독자의 평가를 학수고대한다. 윤서 : 이 글들이 뭔가? 황가 : 나리 책을 읽은 사람들이 감동을 주체하지 못해서 소감을 써놓은 거요. 그런 글들을 뭐라고 해야 하나. 나도 이 장사 10년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 대꾸한 글들이니 댓글이라 해야 하나? 영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지역, 또한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경이다. 영남의 4대 길지 중 한 곳인 경북 봉화군 유곡리 청암정(靑巖亭)은 민간 유적으로는 유일하게 사적과 명승지(제3호)로 지정된 곳이다. 거북바위의 등에 정자를 올려놓은 구조로, 조선의 명필 미수 허목이 마치 물 흐르듯이 흘려 쓴 ‘靑巖水石(청암수석)’이라는 현판이 품격을 더한다. 정자는 연못으로 빙 둘러싸여 있는데, 논에 물을 대기 시작하는 모내기철이면 자연적으로 물이 채워진다. 연못을 가로지는 돌다리는 영화 <음란서생>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연못 주변으로 울긋불긋 꽃이 만발한 가운데, 500년 세월을 견딘 돌다리가 정자를 향하고 있다. 이 아름다운 장면은 지난 3월 5일 방영된 Information 중앙고속도로 영주 IC에서 나와 봉화 방면 36번 국도를 탄다. 봉화읍 삼계리 사거리에서 닭실마을 입구까지는 1.1km 정도. 영동선 철교 밑을 지나 곧바로 유곡교를 건너면 왼쪽에 닭실마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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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겨울 모두 제각각의 아름다운 색채가 돋보이는 이국적인 목장 지대. 해발 800m가 넘는 고원인데다가 넓은 초지가 끝없이 펼쳐지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그림 되는' 여행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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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가을동화> <연애소설>은 물론 <별> <중독> <야인시대> 등 영화와 TV의 단골 촬영지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고 CF와 패션 화보에도 등장하면서 명실상부한 대표 촬영 명소가 되었다. 대관령 목장 지대의 핵심은 젖소가 뛰노는 삼양목장 일대. KBS 드라마 <가을동화> 속 두 주인공의 아름다운 사랑의 순간을 담아내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극중 은서(송혜교)와 준서(송승헌)의 추억이 묻어나는 '은서·준서 나무'와 '은서·준서의 방'까지 마련되어 있어서 연인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이외에도 차태현, 이은주, 손예진이 비를 피했던 '연애소설 나무'나 김좌진 장군의 짜릿한 전투 신이 돋보였던 '야인시대 촬영지'도 잘 보존해 두고 있어 그때의 명장면을 추억할 수 있다. 삼양목장 우측에는 고즈넉한 풍경이 엿보이는 '양떼목장'이 있다. 삼양목장처럼 광활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여행지다.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의 예쁜 포스터 촬영 현장이기도 해서 김희선이 살짝 걸터앉았던 나무 그루터기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초지 가운데 예쁜 나무 벤치에 앉아 양 떼를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기기에 안성맞춤.
2배 즐기기 노하우
목장 지대를 거니는 낭만 외에도 대관령에는 아름다운 여행 포인트가 무궁무진하다. 양떼목장 바로 옆에는 가벼운 운동화 차림으로도 얼마든지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선자령이 있고, 스키리조트로 이름 높은 용평리조트도 가까이 있다. 또 구불구불한 대관령 옛길은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딱 좋은 코스. 날씨가 좋은 날엔 선자령 정상이나 삼양목장 전망대에서 동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대관령 목장만 둘러보고 돌아서지 말고, 여기저기 다닐 수 있도록 스케줄을 잘 짜는 것이 최대 관건. 시간이 넉넉하다면 강릉이나 주문진까지 둘러볼 수도 있다. # 1 드라마 <가을동화> 송혜교와 송승헌이 도망간 곳. 송승헌이 청혼을 한 곳이기도 하다.
# 2 영화 <연애소설> 주인공 세 사람이 행복한 여행을 떠났던 아름다운 초원. 외투를 사이좋게 뒤집어쓴 포스터도 여기. # 3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 다리를 다친 김희선을 신하균이 치료해준 곳. 하얀 설국이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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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휴식이 있는 곳 경회루·향원지 평생을 궁에서 생활해야 하는 왕과 왕족을 위한 휴식 공간이 바로 후원이다. 1만원권 지폐 뒷면에도 등장하는 경회루는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연회를 열던, 공적인 성격을 띠는 후원의 누각이다. 수양버들 사이로 보이는, 잔잔한 연못 가운데에 육중하게 선 누각의 모습이 장관이다. 우리나라 궁궐 누각 중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것이 실감 난다. 보는 각도에 따라 그 멋도 각양각색이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웅장하고, 측면에서 보면 기품이 있다. 경회루 연못에 배를 띄우고 짙은 녹음에 둘러싸여 시원한 바람을 맞노라면 왕은 심신을 괴롭히던 시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을 듯싶다. 원래 경회루 사방에는 담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 그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담으로 둘러싸인 경회루의 모습이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연못 앞의 수정전(세종대왕 때 집현전으로 사용된 건물) 뒤쪽 계단에 앉아 경회루를 바라볼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나 보다. |
교태전을 지나 북쪽으로 올라가면 향원지가 나온다. 경복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경회루가 공식 연회가 열리던 곳이라면, 이곳은 오직 왕의 가족만을 위한 공간이다. 연못의 크기도 작고 아담하고, 분위기도 경회루보다 서정적이다. 그 한가운데에 나무가 우거진 ‘섬’이 자리하고, 나무들 가운데로 향기가 멀리 퍼져나간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향원정이 부끄러운 듯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단아하게 가로 놓인 취향교가 향원정과 육지를 연결한다. 취향교는 현재 교태전 쪽과 연결돼 있지만 원래는 반대편인 북쪽으로 연결돼 있었다고 한다. 향원지 북쪽으로는 고종 황제가 세웠던 건청궁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부산스러움이 고즈넉한 향원정의 분위기와 맞지 않아 아쉽다. |
▒청와대 자리도 경복궁 후원 경복궁의 북문인 신무문 밖도 후원 지역이었다. 왕이 쉴 수 있는 융문당과 유무당이라는 건물과 정자가 있었고 군사를 직접 지휘할 수 있는 경무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내농포 등이 있었다. 일제가 총독부 건물을 지으면서 경복궁 후원을 관저로 지었고, 이것이 광복 후 이승만 대통령의 관저인 경무대로 사용됐다. 이후 지금의 청와대가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이다. ▒명당수 진원지 향원지 북서쪽에 열상진원지라는 곳이 있다. 이름만으로는 무엇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 이곳은 바로 경복궁 명당수의 발원지다. 땅 속의 찬물이 원형 모양의 돌확(돌을 오목하게 파서 만든 홈)을 통해 그 방향이 바뀌면서 물결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그 물이 향원지로 모인다. 옛날에는 흥례문 앞 영제교를 거쳐 청계천까지 흘러나갔다고 한다. |
▒경복궁 수문장 교대 의식 경복궁 흥례문 앞 광장에서는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 오후 3시에 수문장 교대 의식이 열린다. 조선 전기(15세기)에 수문장제도가 완비되던 예종∼중종 때를 배경으로 국가의 상징인 왕실과 궁성을 호위하던 수문군의 근무 형식을 의식으로 재현했다. 관람객은 현장에서 수문장 복식 착용, 사진 촬영, 궁궐 그림 탁본하기 등의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02-3210-164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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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day 10:00 서울 출발(서해안고속도로)→12:00 휴게소에서 점심식사(김밥, 우동)→15:00 목포 IC로 나감→16:30 완도여객터미널→17:10 청산도행 페리 승선→18:00 청산도 도청항 도착→18:30 저녁식사(우럭회)→20:00 지리해수욕장 민박집 |
청산도는 멀다. 배 타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서울에서 자그마치 일곱 시간 거리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산 넘고 물 건너 남도의 변두리 섬까지 여행을 가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금요일 아침 두 여자는 보무도 당당히 트렁크에 짐을 실었다. 먼 길 서둘러 가자며 차 안에서 아침 대신 먹을 샌드위치와 우유까지 챙겨 넣고 서해안고속도로로 진입했다. 보들(24)과 사임(23) 씨는 사실 차를 몰고 이렇게 멀리 떠나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서울 근교나 서해안 정도에 다녀왔을 뿐이다. 청산도에 가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주 초에 본 드라마 <봄의 왈츠> 때문이다. 드라마에 나온 그림 같은 섬 풍경이 두 여자의 가슴에 문득 봄바람을 불어넣은 것이다. 해외 촬영을 했다는 오스트리아보다도 청산도의 풍광에 더 여운이 남았다.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인터넷을 뒤져 섬 이름을 알아내고 가는 방법에서 뱃삯, 민박까지 단숨에 섭렵했다. 먼 길임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것저것 따지기에는 유채꽃이며 청보리에 이미 넋을 잃은 후였다. 그러고는 금요일이 되기만 손꼽아 기다렸다. |
때로는 여행도 오히려 먼 곳이 더 좋다. 일본이나 홍콩은 쉽게 갈 수 있어 신비함이 덜한 반면, 남미처럼 먼 나라는 오가는 것이 힘들어도 그만의 매력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 일단 먼 거리라는 기회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좀더 색다른 것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청산도로 가는 마음에도 그런 기대가 있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종점인 목포에 닿았다. 그러고도 국도를 타고 완도까지 1시간 30여 분을 더 달렸다. 네 바퀴로 가는 국토 종단이다. 오후 5시 10분, 완도여객터미널에서 마지막 배를 탔다. 50여 분간 바다를 질주해 도착한 청산도는 상상했던 고요한 섬마을 그 자체다. 한가로운 섬의 모습에 한순간 고단함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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