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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과 권력

올소맨 2012. 7. 2. 08:05

 

 

 
7월(July)
7월이다. 그레고리력에서 한 해의 7번째 달이며, 31일까지 있다. 영어로 7월을 의미하는 July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이전에는 퀸틸리스 (Quintillis)로 불렸다.

하루는 24시간, 일주일은 7일, 일년은 365일, 이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인류가 존재한 그 순간부터 정해진 것처럼 그 흐름에 맞춰 약속을 잡고 계획을 짜고 기념일을 챙긴다.

우리가 인식하는 시간은 달력으로 표상화되는데, 만약 달력이 없다면 오늘이 무슨 요일이고, 오늘이 며칠이고, 또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할지, 개인과 집단 기억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달력이 가진 힘은 아주 오랜 전부터 통치자들의 권력을 향한 도구로 줄곧 이용돼 왔다. 로마 원로원은 카이사르의 승전일을 축제일로 높였고, 카이사르의 생일을 국가 희생제로 기념했으며, 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날에 민회가 열리면 소란이 일까봐 분리하기도 했다. 1873년 일본 정부는 윤달이 끼어 관료들에게 한달치 급료를 더 줘야 하는 재정 부담을 타개하기 위해 태음태양력을 태양력으로 전격 바꿔버렸다.

요일의 이름이 생겨난 시점은 헬레니즘 시대다. 목성, 금성, 토성 등 7개 행성으로부터 착안한 시간 개념에 훗날 유대교의 안식일 제도가 결합하게 되면서 일요일에 쉬는 ‘일주일(Week)’이 탄생한 것이다.

고대 중부의 이탈리아에서 쓰였던 달력이 후기 산업사회인 현재까지 그대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일주일의 단위가 모여 만들어진 달력은 권력 통제의 수단으로 쓰여왔다. 시간을 측정할 수 있게 돕는 도구에서 사회문화적 산물로 그 범위가 점점 확장된 것이다.

1년의 단위와 길이가 통일된 후에도 특별한 날을 위정자 구미대로 조정했던 예도 많다. 기원전 2세기 고대 로마의 권력자들은 각기 다른 주기로 돌아오는 장날과 민회가 겹치는 날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달력을 손보기도 했다.

고대 로마의 호르텐시우스법은 바로 민회와 장날을 영원히 분리한 ‘계급의 산물’이다. 평민들이 몰리는 장날과 민회가 겹치면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로마 지배층의 걱정에서 비롯된 억지 달력을 명문화한 법이었다.

달력은 늘 지배층의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국민들의 일정을 조정하는 것만큼 확실하고 직접적인 통치는 없다고 믿은 지배층의 생각 덕분이다.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축제일을 정해 권력을 과시하던 황제들도 있었다. 하지만 옥좌에서 내려온 이들의 축일은 다음 황제의 또 다른 권력에 의해 삭제되기도 했다.

고대 로마와 시공간적으로 대척점에 놓여있는 근대 아시아를 살펴보아도 위정자들의 달력 사랑은 여전했다. 특히 천황시대 19세기 일본의 경우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1873년, 일본의 천황은 당시 다음해를 한 달 앞둔 시점에 그레고리력 개혁을 단행했다. 그때까지만해도 태양태음력을 사용했던 일본에서는 1873년은 윤달이 껴 한 해가 13달이었다.

관료들에게 지급해야할 한 달치 월급을 더 줘야했던 일본 황실은 황급히 서양의 달력을 들여 관료들의 월급을 자연스레 삭감했다. 이로인해 적자 위기에 놓여있던 황실 재정은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게 됐고 황실의 권력 역시 유지됐다.

이처럼 권력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달력을 통제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도 달력에 관한 위정자의 관심은 주효하다. 국민의 휴일문제는 국가 경제에 직결돼 있기 때문에 위정자에게 이는 민감한 사안이 될 수밖에 없다. 달력을 통해 드러나는 시간과 권력의 역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