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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와 어머님생각

올소맨 2012. 3. 7. 19:54

 

 

 
장독대와 어머님생각

“야 ! 가지런하다.”'야 ! 넘,이쁘다."
겨울 햇살에 반짝이고 있는 장독대의 모습이 그렇게 정갈할 수가 없다.
옹기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이다.
그 모습이 얼마나 정겨운지 고향이 그리워지고,
... 문뜩 어머니(돌아가신지 어느덧 26년)가 그리워진다.
질서 반듯하게 놓여 있는 장독대의 그릇들이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준다.
일상에 흐트러진 마음을 가지런하게 만들어준다.

“김장을 마쳤으니, 겨울은 문제없다.”
힘들게 김장을 마치고 나서 하시던 어머니의 말씀이 아직도 기억속에 있다.
장독대는 그만큼 어머니에게는 살림밑천이었다.
장독대의 옹기 속에 가득 차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던 어머니였다.
반대로 장독 속이 텅 비어 있으니, 안절부절 하시지 못하였다.
살아가는 것이 그만큼 불안하셨던 것이다.
아마 그시대 어머님들 모두 똑같은 마음이었겠지요?

장독대의 가장 큰 그릇에는 된장과 간장으로 채워져 있었다.
눈이 내리던 날에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서 처마 밑에 걸어 놓았었다.
그 때에는 그 것이 그렇게도 싫었었다.
냄새가 결코 향기롭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냄새가 싫어 불평을 하게 되면 어머니는 빙그레 웃으셨다.
그 웃음의 의미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이제는 어머님이 손수 해주시던 청국장이 더욱 그리울뿐이다.

키를 맞추어서 가지런하게 놓아진 옹기들의 모습에는
그 옛날의 어머니의 손길을 생각나게 한다.
장독대에서 일을 하시고 계실 때의 어머니의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어머니는 힘들다는 표정은 하나도 없었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충만 되어 있는 삶을 누리고 계신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그 어머님 모습이 희미한 추억속에 살아있다.
내 삶을 다할때까지는 내 기억속에 함께 하시겠지.

세월 따라 세상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놀랄 일은 아니다.
주거 형태가 아파트로 변화하면서 장독대의 모습도 함께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어머니의 삶의 지혜는 바뀌지 않아야 한다.
그 모습과 형태는 바뀔 수 있어도 그 정신과 슬기만큼은 지키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장독대를 바라보니,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편리성만을 강조하게 됨으로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는 것일까?
서로 나누고 함께 하는 즐거움을 상실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파트의 벽이 우리의 삶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음을 주고받을 수 없는 삶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삭막함뿐이다.
삶의 행복이나 즐거움은 멀어지고 만다.

장독대는 오픈 되어 있는 공간이다.
그것은 믿음이 구축되어 있다는 것을 뜻하고
모두 다 함께 한다는 근본정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누구라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장독대의 가지런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누며 즐기는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절실해지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소통의 소중함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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