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잃는 것과 용서의 차이
-안희환- 이상하지. 분노를 잃어버리면 평화로울 줄 알았는데 허무가 밀려들다니 말야. 구멍이 뻥 뚫린 가슴에 찬 바람이 불어닥치고 심장 끄트머리에 고드름이 맺히다니 말야. 이상하지. 새끼잃은 곰처럼 뛸 땐 하루 종일 지치지 않더니 분노를 잃은 후론 다리가 풀리니 말야. 뛰지도 못한 채 잠시 길을 걸었을 뿐인데 그저 쉬고만 싶단 말야. 알 것 같아. 분노를 잃어버린 건 용서해버린 것과는 달라. 용서는 매인 줄을 끊어주지만 분노를 잃어버리는 건 다만 방향을 잃는 것일 뿐. 받아본 적이 없는 용서이기에 잘 모르지만 이제라도 용서하고 싶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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