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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심형래 감독의 전략적 발언이 여전히 제 기능을 한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과 인터뷰에서 몇 가지 이야기를 끊임없이 되풀이한다. “개그맨이 영화하면 안 되는가. <디 워>를 내가 만들지 않았다면 평론가들에게 다른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아무개 시상식에서 나만 감독이 아닌 ‘심형래씨’로 호칭하더라. 나는 다 이해한다. 한번에 잘할 수는 없다. 우리 영화가 세계에서 통할 수 있도록 밀어달라.” 그가 피해자 혹은 억압받는 개척자를 자처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자신이 개그맨인 탓에 인정을 못 받고 있다고 말하며 영구에 관련한 국민 다수의 추억과 애정을 인질 삼아 충무로라는 이름을 가진 가상의 권력 집단, 평론가 집단과의 대립각을 세운다.
그러나 과연 심형래가 한국 영화계에서 약자인가. 그는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수출보험공사와 제작비의 70%, 그러니까 140억원에 상응하는 투자보증지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시나리오도 캐스팅 목록도 없이 고작 “말런 브랜도를 시지(CG)로 살려내겠음”이 전부였던 상황에서 문화상품 보험 1호로 이루어진 계약임을 감안하면 대단히 파격적이다. 이마저 투자보증지원이 없어도 이미 충분한 투자를 받은 이유로 수출보험공사에 요청을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이행되지 않았다. 그는 쇼박스(디 워), 씨제이(라스트 갓파더) 같은 큰 배급사가 자신을 ‘돕는’ 이유가 편 가르기 그만 하고 우리 콘텐츠가 세계에서도 통하도록 밀어주는 차원이라 설명한다. 물론 그럴 리가 없다. 그들이 붙는 이유는 그의 영화가 한국에서 통하기 때문이다. 심형래는 사실상 충무로에서 가장 힘이 센, 최고의 강자다.
그러나 심형래 영화를 논란에 힘입어 흥행하게 만드는 결정적 지원군은 따로 있다. 언론이다. <디 워> 논란으로 재미를 본 언론이, 이번에는 아예 논란을 직접 생산하고 나섰다. <라스트 갓파더>의 개봉을 앞둔 심형래 감독의 첫 공식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다. “진중권 교수가 본다면 또 뭐라고 할까.” “생각만 해도 무섭다.(웃음) 평론가들이 제일 무섭다.” 기사는 ‘진중권 평론가에게 또 씹힐까봐 겁나죠’라는 제목으로 노출되었다(〈OSEN〉). 영화 개봉 이후에는 “천적 비평가들이 조용한 방관자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심형래의 천적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제목의 기사(〈OSEN〉)가 등장했다. 이에 진중권 교수가 <라스트 갓파더>를 볼 계획이 없다는 사담을 트위터에 흘리자, 이후 불특정 다수의 언론이 그의 트위터를 중계하듯 노출하며 영화를 보지 않겠다는 사람을 끝내 싸움터로 불러들였다. 여지없이 과거의 논쟁이 재현되었다.
여기에 누군가 과거처럼 “인텔리들의 오만”이라는 식의 오독에 기반한 글을 쓰면 언론은 더욱 신이 나 기름을 퍼부을 것이다. 싸움이 없으면 싸움을 만든다. 영구라는 추억에 인질이 되었거나 수출 역군의 개척 수사에 감화된 사람들은 이 재생산된 싸움판에 주저없이 몸을 던져 욕을 섞는다. 언론은 그렇게 흥행에 기여하고 자기 지분을 챙긴다. 흥행의 기술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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