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소문내기

서울 청계천 맛집- 안동국시 외 다수

올소맨 2009. 4. 17. 04:46

태평로에서 신답철교까지 6Km에 달하는 물길을 따라 산책하는 것 만으로 여유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개발 과정과 역사적 유물이 제거되는 등의 문제점이 많긴 하지만 관광자원이기 전에 시민들의 쉼터라는 기능 하나만으로 가치가 충분하겠다.

 

 

 

사람들 모이는 곳에 먹거리가 따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으레 그렇듯 비싸기만 하고 맛은 제대로 즐길 수 없는 곳이 많다.  내가 치르는 것이 음식값인지 자릿세인지 헛갈린다.  전망 좋은 곳에서 분위기 잡는 거야 뭐 기어코 뜯어말릴 일은 아니겠지만, 아이들 데리고 하루 나들이 나온 서민들 주머니를 배려해주는 맛집도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우리는 이런 곳을 " 착한 맛집"이라고 명명한다.

 

따라서 본 기사에서는 전망좋고 고급스럽고, 그러므로 비싼 곳들은 모조리 제외시켰다.  이번 취재의 타깃이 될 '착한 맛집'의 기준은 1인 5천원 정도의 가벼운 주머니로도 즐길 수 있는 밥집과 조금만 더 보태면 넉넉한 술자리가 될 만한 곳이다.

 

 

청계천을 따라 흐르는 착한 맛집의 기준

 

1. 1인 당 5천원을 넘지 않을 것.

 

2. 술 안주꺼리도 술값을 제외하고 1인당 5천원 안팎을 유지할 것.

 

3. 무엇보다 친구 애인 가족과 다시 찾게 될 만큼 맛있을 것.

 

4. 청계천에서 길 한 번 이상 건너지 않을 만큼 가까운 곳에 위치할 것.

 

 

이런 곳을 기다렸다고? 그렇다.  오래들 기다리셨으니 얼른 따라들 오시기..전에, 이 착한 맛집의 발본색원 과정을 잠시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언제나 그렇듯이, 노매드가 가진 가공할 정보력을 이번에도 최대한 활용하였다. 우선 기존 매체에서 다룬 청계천 맛집의 옥석을 예리하게 감별하고(광고기사인가 아닌가), 인터넷에 떠다니는 네티즌의 추천집을 죄다 끌어모은 후, 이 지역의 터줏대감을 긴급히 수배하였고, 각지에 암약하는 노매드 세포들의 의견을 반영하였다.

 

그리고 지난 냉면 취재 때처럼 이번에도 노매드의 맛집 커뮤니티 '때깔단'과 함께 동행했다. 최대한 맛평가의 객관성을 유지하고자 민간인(?)을 마루타로 내세운 것이다. 앞으로도 모든 음식 관련 취재에는 때깔단과 운명을 같이 할 작정이니, 입맛이 동하고 엉덩이가 들썩이는 분들이라면 얼마든지 참여하시길.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가자.

 

취재 과정에서 속속 드러나는 은둔형 고수의 착한 맛집들, 의외로 많았다.  여기 9개의 집은 그러므로 첫'빠따'의 주인공들이다. 청계천은 앞으로 두고두고 발굴할 만한 먹거리의 보고인 만큼 이후라도 착한 집이 있다면 계속 공유하자.

 

 

 

대략적인 분포도 파악을 위한 초간단 약도

 

 


  안동국시

 

 

 

 

 

양반의 고장이라는 안동.

 

안동에도 의외로 맛난 지방음식이 많다는데, 안동소주를 제외하고는 딱히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  그러니 '안동국시'라는 이 집의 업소명이자 대표음식인 안동국시엔 뭔가 독특한 맛이 있으리라 짐작하게 된다.

 

역시나 사무용 고층빌딩 지하 아케이드에 자리잡은 안동국시의 모든 음식맛의 근원이자 기본은 사골육수에 있었다. 

 

 

 


기본적으로 칼국수의 사촌 쯤 되는, 비슷한 요리법으로 만들어지는 안동국시의 국물맛은 상당히 달다. 당분을 넣어서가 아니라 푹 고은 사골국에 호박과 얼갈이 배추가 많이 들어간 탓이다.


칼국수에 비해 가늘고 소면보다는 굵은 면발은 반죽에 콩가루를 넣는다. 그래서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데,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게 만든다.

 

면발이 가늘어 빨리 불어버리는 단점이 있으니 음식이 나오면 사진 찍을 생각말고 빨리 먹는 게 좋겠다.

 

 

 

 

 

기자의 입맛을 당긴 건 안동국시보다는 또 다른 안동 고유의 음식, 안동국밥이다.

 

경상도 사람이라면 대부분 즐기는 소고기국밥 맛, 혹시 아시는지. 육개장이나 평양온반보다는 훨씬 덜 자극적이면서 무가 많이 들어가 역시 달달하면서 시원한 국물맛을 볼 수 있는 소고기국밥 맛, 딱 그것이다.

국밥의 핵심이랄 수 있는 한우고기는 푹 삶겼음에도 흐물거리지 않을 정도로 육질을 보존하고 있다.


이 집이 자랑하는 안주용 요리가 문어라고 하니 좋아하시는 분들은 맛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