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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9년9개월래 최대 폭락…1,004원

올소맨 2008. 7. 10. 02:07

'환율과의 전쟁'을 선포한 외환당국이 50억달러 안팎의 보유외환을 쏟아부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으로 폭락했다.

당국의 기습적인 한낮 달러 융단 폭격으로 환율이 급등락하면서 은행 창구와 외환딜링룸 등에서는 외환위기 당시를 방불케하는 아비규환의 상황이 빚어졌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27.80원 떨어진 1,004.9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주말 이후 3거래일간 45.50원 급락하면서 5월 2일 이후 두 달 만에 처음으로 1,000원 선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날 대비 하락폭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0월9일의 28.00원 이후 9년9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날 환율은 6.20원 떨어진 1,026.5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1,024.50원으로 밀린 뒤 저가인식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1,029.50원으로 올랐다. 이후 환율은 당국의 불시 개입으로 990원 선으로 폭락한 뒤 치열한 공방을 거쳐 1,000원을 약간 넘긴 상태로 마감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외환당국의 공격적인 달러화 매도 여파로 환율이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거래량이 줄어드는 점심시간 중 대규모 개입을 단행하면서 환율 급락을 유도했다.


이날 개입 규모는 50억달러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어 올 들어 가장 강도가 센 개입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 달 22일 이후 달러화 개입 규모는 2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물환 거래량은 166억9천만달러로 전날보다 82억달러 가량 급증했다. 1월 23일의 171억5천만달러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ABN암로은행 김인근 이사는 "당국이 대규모 개입을 단행하면서 환율을 급락시켰다"며 "수입업체의 결제수요가 대거 유입되면서 거래량이 전날의 배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날 은행 딜링룸은 외환위기 때 못지않은 긴장감이 감돌았으며 은행 창구에도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딜러들은 외환당국의 개입 직후 딜링 룸의 분위기를 10년 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패닉(공황)으로 표현했다.

 상당수 외환딜러들이 점심 후 딜링룸으로 복귀하기 전인 12시50분 경 개입성 매물이 쏟아지면서 환율이 10분 만에 30원 가량 폭락하자 기업들의 매도 주문 전화가 빗발쳤고 딜러들도 중개사에 주문을 넣느라 고함을 지르는 등 아수라장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