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이 되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서는 학부모 간담회를 가진다. 학교에서는 교육 방침의 전달과 학부모님의 학교 행사 참여를 위한 프로그램을 설명하기 위하여,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교육할 선생님과 아이들이 어떻게 새로운 학년을 적응해 나가는지 알기 위해서 이 행사는 학교와 부모의 필요를 만족시킨다고 볼 수 있다. 워킹맘인 나는 사실 학교를 자주 갈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아이가 학교에 입학한 후 학부모 간담회는 꼭 참석하려고 노력했으며, 올해도 어김없이 참석을 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첫날 아들은 몹시도 흥분이 되어 있었다. 유치원부터 5학년 때까지 담임 선생님이 여선생님이셨는데 처음으로 남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평소에 아들은 태권도 관장님이나 사범님을 몹시도 따랐는데 학교에서도 남자 선생님을 만나니 신이 난 모양이었다. 그 동안 여선생님도 참 좋으신 분들이었지만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는 아들로 인해 선생님에 대한 궁금증이 다른 때보다 높았고, 간담회 참석의 주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아이들의 교실과 환경을 둘러보려고 조금 일찍 교실에 도착했을 때, 인자한 모습의 선생님께서 벌써 기다리고 계셨다. 아들의 이름을 말하자 선생님께서는 아들의 자리를 안내해주시고는 수업시간에 진행했던 아이들의 자기소개서를 먼저 읽어보라고 주셨다. 자기에 대한 여러 질문을 솔직하게 써내려간 아이의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새삼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생각하는 가정과 자신에 대한 것들을 부모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실제 내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고, 아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었다.
공식적인 간담회 행사가 끝나고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하실지 간결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셔서 자세히 설명해 주시고, 마지막으로는 몇 가지 당부도 하셨다. 부모들에게 부담을 주는 당부가 아니라 아이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져 달라는 것이 주제인 내용들이었다.
그 중에서 특히 강조하셨던 것은 알림장을 부모님이 꼭 봐달라는 것이었다. 사실 알림장을 부모가 봐야 하는 당연한 것이지만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알림장 속에 우리 아이의 학교 생활이…
알림장은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일일 기록이다. 매일 어떤 공부를 하는지 준비물의 기록을 통해서 알 수 있고, 어떤 행사를 하는지, 학교에서 중요시 하는 것은 무엇이고, 최근의 화두가 무엇인지도 잘 나타나있다. 그리고 선생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말이나 혹은 아이에 대한 특이사항도 알림장을 통해서 전할 수 있다. 알림장은 그야말로 학교와 가정을 잇는 가장 기본적인 메신저인 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중요하게 생각지 않고, 또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의 알림장을 잘 보지 않게 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자주 알림장을 보게 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아마도 아이들의 눈에는 알림장에서 멀어지는 부모들이 ‘바쁜 사람’들로 여겨질 것이다. 나 또한 종종 “엄마는 바쁘니까 네가 혼자 할 수 있지”라며 합리화시켜왔다. 그 시간에 아이들은 마음의 여유와 남에 대한 배려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은 관심을 주는 만큼 생각이 자라고 마음이 넓어진다고 하시며, 알림장을 보면서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더불어 아이에 대해 좀더 세심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간곡하게 당부하셨다.
사실 알림장이 얼마나 교육에 영향을 미칠까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 같은 경우 알림장을 통해 아들의 자립심을 키우는 팁을 얻기도 했다.
남자아이들은 대체로 준비물을 잘 잊는 편이라 알림장을 보고 확인하지 않으면 그날 그날의 수업진행은 아들에게도 어려워진다. 저학년 때는 매일 알림장을 보고 준비물을 챙겨주었는데 이 때문에 아들은 준비물에 대한 긴장감이 없었고 내가 깜박 잊은 경우는 나를 오히려 나무라는 것이었다. 마냥 혼내는 것보다는 자신이 준비하는 습관을 만들어주어야겠다 생각하고, 아들에게 엄마가 이제부터 알림장을 매일 볼 수 없으니 알아서 준비물을 챙기라고 했다. 며칠은 못 본 척했더니 아들은 알아서 준비물을 챙기고 잠자기 전에는 알림장을 다시 한번 보곤 한다. 이제 아들은 학교에서 부모님께 알려야 하는 사항을 적절하게 전달하고 자신의 준비물을 스스로 준비하는 자립심이 생겼다.
그리고 부모들이 알림장을 살펴보고 아이들과 대화를 하게 되면 아이들 또한 부모가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신뢰하게 된다. 간혹 아들에게 알림장에 보니까 어떠 어떠한 일이 있었던데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보면 아이는 엄마가 그냥 지나친 줄 알았는데 이미 알고 있을 때 오히려 놀라기도 하고 엄마를 다시 한 번 살피곤 한다. 이렇게 알림장만 잘 활용해도 부모와 아이들간의 어색하고도 불편한 대화를 줄여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부모들은 반드시 알림장을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제발 알림장 좀 봐주세요” |
2008.03.24, 이향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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