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올블로그를 갔다가 재미있는 이벤트를 발견했다. ‘호세쿠엘보’ 이벤트다. 사실 ‘술’이라는 상품은 취하게 만든다는 그 특유의 속성 때문에 광고 규제가 심한 상품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알콜 도수 17도를 넘으면 공중파 광고를 할 수 없다. 소주 광고 혹시 TV에서 본 기억이 있나? 없을 거다. 뭔가 소주에 관한 동영상 광고를 봤다면 아마도 극장에서나 볼 수 있었을 게다.
17도 이하라 해도 아무 때나 광고를 할 수 없다. 11시만 넘으면 맥주 광고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 시간 이후에나 술 광고를 할 수 있다. 그런 저런 걸 따지고 보면 블로그는 참 술 광고 하기에 딱 좋은 매체인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잭 다니엘 마니아다. 1999년 잭 다니엘을 처음 만난 이후 아마 거짓말 좀 보태면 몇 백병(백 병을 넘어도 여기엔 포함되니까 ^^)은 마셨을 게다. 외국 나갔다 오면 꼭 사오는 술도 잭 다니엘이다. 젠장, 미국에선 1리터짜리 한 병이 20불이면 사는데 우리나라에선 악! 소리 난다. 바에서라도 마시려면 제일 싼 곳이 10만원 대 초반, 좀 비싸게 받으면 거의 20만원 다 간다. 도대체 얼마나 남는 장사란 말인지. 그런데 뭐 꼭 그렇게 탓할 것만도 아니다. 우리 소주도 나가면 그런 대접 받는다. 문제는 외국 나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신다는 거지, 값 비싸기론 만만치 않다.
그런데 아주 가끔, 잭 다니엘 대신 땡기는 술이 있는데 그게 바로 데킬라, 그 중에서도 호세쿠엘보다. 손 등위에 소금이나 커피를 올려 놓고 안주로 그걸 먹네 어쩌네 하는데 나는 그렇게 먹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터뜨려 먹는 맛, 데킬라는 그게 제 맛이다.
데킬라 좀 한다는 집에 가면 꼭 더블 스트레이트 잔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양주 잔 보다 두 배 정도 되는 그런 잔이다. 여기에 데킬라를 삼분의 이 정도 따르고 나머지 삼분의 일에 사이다를 따른다. 잔 입구를 손으로 막고 테이블에 쿵! 내리치면 데킬라와 사이다가 아주 맛나게 섞인다. 이 때 주저하면 안된다. 주저하지 말고 더블 스트레이트를 그대로 원샷. 처음 몇 잔은 술이랄 것도 없이 달콤, 씁쓸해 아주 맛있다. 하지만 맛있고, 만만하다고 이렇게 데킬라를 계속 마셨다가는 큰일난다. 나중에 정신 없이 취해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술을 맛있게 먹는 방법 중 하나는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와 섞어 마시는 것이다. 데킬라 슬래머도 그렇고 내가 좋아하는 잭 다니엘로 만든 잭 콕이 대표적이다. 탄산음료의 달콤한 맛이 독한 맛을 가려주고 술을 순화시키기 때문에 마실 때도 술술 잘 넘어간다. 적당히 양을 조절하지 않으면 다음 날 머리 아플 건 각오해야 하지만 말이다.
사이다와 섞으면 좋은 술 중 하나가 맥주다. 골프장에서 골프치던 도중 마신다고 해서 골프장 폭탄주라고도 부르는 맥주 + 사이다 혼합 주는 원래 외국에서는 Shandy라고 부르는 일종의 칵테일이다. 섄디 혹은 샹디라고 읽는데 - 솔직히 내가 외국에 가보지 않아서 정확히 뭐라고 발음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 이 술은 맥주에 소다수를 탄 것이다. 사이다 뿐 아니라 콜라, 혹은 레모네이드 등을 섞는다고 한다.
데킬라 슬래머든 잭콕이든 샹디든 술과 탄산음료를 섞을 때는 그 비율이 중요하다. 탄산음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술이 달아져서 본연이 맛을 잃기 쉽고 너무 적게 들어가면 넣은 이유가 없어진다. 보통 그 비율은 30% 정도가 제격이다.
예를 들어 잭콕은 스트레이트 잔으로 잭 다니엘 1잔에 콜라 2잔을 섞는 것이 가장 맛있다. 내 기억에 데킬라 슬래머는 그 반대다. 사이다 1잔에 호세쿠엘보 2잔을 섞는 것이 좋다. 샹디는 맥주 잔을 기준으로 사이다를 5분의 1정도 채우는데, 뭐 이것도 다 심리적이긴 하겠지만 맥주를 먼저 따르고 사이다를 따르는 것이 훨씬 맛있다. 아 중요한 것은, 이상하게 킨 사이다는 어울리지 않는다. 특정 제품을 말해서 안됐지만 칠성 사이다가 가장 맛있다. 칠성 사이다가 입에 맞아 그럴 수도 있는데 내 느낌엔 킨 사이다는 약간 씁쓸한 탄산수 맛이 나기 때문에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여튼, 독주가 처음부터 부담스러운 날은 탄산 음료와 적당히 섞어 시작하는 것도 좋다. 모처럼 이런 얘기를 쓰고 났더니 오늘 저녁, 탄산을 가볍게 섞은 맥주 한 잔, 여유가 된다면 잭콕이나 데킬라 슬래머 한 잔 정도의 과욕을 부려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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