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up 스킬

행운과 실력은 뒷끝이 다르다.

올소맨 2008. 2. 15. 21:20



2년만의 만남이었다. 초등학교 동창인 L양과의 극적인 해후가 이루어진 것은.

그녀는 상당히 능력 있는 여성이다. 명문대를 졸업한 후 유수 기업에 입사하여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소위 잘 나가던 재원이었다. 그런데 직장을 그만 둔 이후로는 하는 일마다 고전을 면치 못해 안타까움을 주곤 했었다.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 내게도 3년간의 처절한 백수 생활이 있었기에,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 한 켠이 몹시도 아렸다.


허나, 지난 주 내가 만난 그녀는 예전의 그녀가 아니었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임을 증명하듯이,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유인 즉, 새롭게 시작한 사업이 순풍에 돛단 듯 술술 풀리고 있어서란다. 쓰라린 패배를 맛본 후 2년만에 늘어놓는 무용담을 들으며 불현듯 스치는 책 한권이 있었다. 파울로 코엘류의 소설 <연금술사>가 그것.


거기에 보면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말이 나온다. 예를 들어, 화투장은 잡아본 적도 없고 고스톱은 쥐뿔도 모르는 사람이 광박에 쓰리고까지 해서 판을 휩쓴다든지, 볼링공을 처음 잡아본 사람이 내리 스트라이크를 친다던지, 골프를 처음 친 사람이 홀인원을 한다던지, 첫 출조에서 대어를 낚는 것 같은 기이한 행운을 말한다. 다들 이런 경험을 한 두번쯤은 해보았을텐데, 무언가를 처음 할 때 운이 따라주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경우를 두고‘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도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그것은 초심자의 마음에는 ‘안 된다’는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난 하는 일마다 되는 게 없어’, ‘이건 남들도 잘 안되던데’라고 고민하며 낚싯대를 드리우면, 물고기들도 낚시 바늘 앞에서 미끼를 물 것인지 말 것인지 헷갈리지 않겠는가.

 

반면에 초심자는 일단 들이대고 저지른다. 그러니 물고기도 얼떨결에 낚시 바늘을 덥썩 물고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들은 어차피 모르기 때문에, 어떤 기대나 욕심 없이 순수하게 그 일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여기까지는 좋다고 치자. 문제는, 초심자의 행운은 일시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행운에 도취되어 그것을 실력이라고 믿기 시작하면 행운의 여신은 어느 새 사라지고 파국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술사> 에서도 초심자의 행운을 자신에게만 있는 특별한 재주라고 착각하는 순간, 인생은 가혹한 시험으로 변질된다고 하지 않던가. 초반 끝발 개 끝발인 것이다.


이는 자기 과신(overconfidence)이라는 심리적 요인과 맞닿아 있다. 자기 과신은 이성적 판단과 합리적 결정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로 자신의 실력이나 재능을 과대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여러 연구와 실험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은 자기 과신이라는 굴레에 갇혀 산다. 자신이 변호를 맡으면 승소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변호사의 비율이 실제적으로 이길 확률인 절반보다 훨씬 높고, 90%의 운전자들이 자신의 운전 실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며, 성공확률이 10% 수준에 불과한데도 창업에 나서는 것 등이 좋은 예이다.


물론, 인정한다. 할까 말까, 갈까 말까 머리만 쥐어뜯다가 버스가 떠난 뒤 가슴을 치는 밴댕이과의 소심 남녀보다는 훨씬 낫다는 사실을. 하지만 현실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무모한 도전은 침몰한 타이타닉호처럼 큰 화를 자초할 수 있다. 넘치는 의욕에 딸리는 실력, 이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러니 언제 어디서나 자만하거나 방심하는 것은 금물. 일이 잘 풀릴 때일수록 마음 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다. 


기억하자. ‘초심자의 행운’ 뒤에는 ‘가혹한 시험’과 ‘동트기 전의 고통’이 드리워진다는 사실을. 그로 인해 예기치 않았던 당혹이 있고, 그만 두고 싶은 유혹이 있으며, 왜 시작했는지 모를 자괴가 있고, 지나온 길들에 대한 공허가 있다. 이것이 우리네 삶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기하고 마는 것도 바로 그 순간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지않던가. 그러니 1%만 더 견뎌내자.

 

행운이라고 느꼈던 것들이 어느 순간 묵직한 고통으로 다가올 때, 그래서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주저앉아 마냥 울고 싶을 때 초심자의 내공을 테스트하기 위한 우주의 선물임을 깨닫고 감사히 감내해야 한다. 자신만의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 간절히 소망하고 노력하는 자에게 온 우주가 도우고 있음을 믿으면서 삶의 여정을 즐기자. 머지않아 쓰라린 아픔은 달콤한 아픔, 행복한 가혹임을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깨닫게 되는 날이 오고야 말테니까.


또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패기와 오기, 끈기 삼형제를 장착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시작을 시작하자. 초심은 촛불같아 날마다 가꾸지 않으면 쉽게 꺼지고만다. 마치 사랑처럼.

 

그러니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열심과 뒷심을 다해 우리의 삶을 멋진 신화로 만들 진정한 연금술사가 되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할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싸아한 겨울 바람이 유난히 사랑스런 날이다. 방금 전, 소중한 친구 L양에게 문자를 보냈다. “네 삶은 분명히 위대한 신화가 될거야. 난 널 믿어. Good Luck!”

 

나에게도 다짐해 본다. “내 삶도 분명히 위대한 신화가 될거야. 난 나를 믿어. 파이팅!”

 

자, 오늘도 멋진 인생을 위해 출발!